“어제까지 오늘 부의로 들었고 부의 이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보고드렸다. 의장이 아침까지 밤새 고민하다가 출근 직전 결심한 것 같다.”
문희상 국회의장 측 관계자는 문 의장이 29일 오전 정치권의 예상과는 달리 검찰 개혁 법안의 12월 3일 부의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문 의장이 이 사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봤고 29일 부의에 대해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만큼 협치와 여야의 합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당초 문 의장은 7일 초월회 회동에서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의장의 권한을 행사해 검찰 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장실이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29일 본회의 부의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은 만큼 전날까지 29일 부의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된 법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에 대한 참고할 만한 이전 사례가 없는 데다 이견이 여전하자 문 의장도 막판까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출신인 문 의장이 편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야당의 지적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야당에도 시간을 줘야 한다. 국민들은 부의와 상정의 차이도 모르는데 굳이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29일 부의해 향후 정국을 얼어붙게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12월 3일 부의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온 부의 시점인 10월 29일과 자유한국당의 내년 1월 29일을 놓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다 내린 절충안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여야가 12월 3일 이전에 합의하면 언제든 본회의에 부의하고 상정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한 달 이상 충분히 보장된 심사 기간에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국회의장은 요청한다”며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임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모두 예상 밖이라는 표정이었다. 검찰 개혁 법안 우선 처리 방침이었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이) ‘여야 간에 더 합의를 해라’ 이런 정치적인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거겠지만 우리로서는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 그 누구도 국민의 명령을 유예시킬 순 없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12월 3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법에 어긋나는 해석”이라며 ‘1월 29일 부의’안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만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의장님께 더 이상 정쟁이 가속화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런 결정을 해주셔서 다행스럽다”고 했다.
이날 결정으로 사법개혁 법안이 결국 선거제 개편안과 함께 일괄 처리 시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제 개편안은 검찰 개혁 법안에 앞서 다음 달 27일에 본회의에 부의된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이 올해 4월 합의대로 선거제 개편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던 만큼 민주당이 일괄 처리로 방향을 튼다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측면이 있다.
12월 3일까지 한 달여 동안 여야는 의원 정수 확대와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 수 조정 등을 놓고 다양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10일 이후 정기국회가 끝나면 한국당이 12월 임시국회 소집에 불응할 수 있는 만큼 여당은 12월 3일부터 10일 사이에 법안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지만 예산안 심사가 늦어지면서 패스트트랙 법안들과 일괄 처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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