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국감 파행 부른 ‘버럭 참모들’… 與서도 “이러니 교체설 나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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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北위협 축소 잇단 발언에… 與 “안보실장 상황인식 너무 나이브”
野와 충돌한 노영민-강기정도 비판… 野 “정쟁수석 강기정 경질하라”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쏟아낸 공격적 발언과 낙관적인 상황인식을 놓고 정치권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1년에 하루뿐인 국감을 파행에 이르게 한 것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반환점(9일)을 앞두고 청와대가 벌써부터 통제력을 잃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감장에서 논란을 일으킨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경질과 특별감찰 등을 요구하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방자한 청와대”라고 비난했다.

○ 국감장에서 드러난 청와대 ‘민낯’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질의 초반부터 야당의 공세에 발끈하며 날 선 반격에 나섰다. 특히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한 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대통령을 닮아가는 것이냐. 왜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하자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맞받아친 데 이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안보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 미사일 위협을 오히려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북한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우리 안보의 위중한 위협이라고 보긴 어렵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 등 이날 국감장에서 쏟아진 정 실장의 발언들에 대해서는 여권에서조차 “청와대 안보 컨트롤타워의 상황 인식이 너무 나이브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야당 의원들과 줄곧 설전을 벌인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의 답변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정 실장과 충돌한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고함을 지르다가 결국 국감을 파행시켰다. 한 여당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강 수석에게 질의한 게 아니었는데 (그런 태도는) 부적절했다”며 “야당의 말도 안 되는 소리도 들어주는 게 청와대 역할인데 강 수석의 반응은 좀 과했다”고 했다.

앞서 한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은 “청와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질책하는 한국당 송언석 의원을 향해 “의원님이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 정책을 할 때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 한국당 “강기정은 정치깡패”라며 경질 요구


국감장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언행을 두고 정치권에선 ‘조국 사태’ 이후 쌓인 피로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노 실장이나 강 수석 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과정에서 실기(失機)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교체 요구가 적지 않은 상황.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청와대가 정치권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청와대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3일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정무수석의 수준이 정치깡패나 다름없다. 제 버릇 개 주지 못한 강 수석이 있어야 할 곳은 더 이상 청와대가 아니다”라며 강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정무수석이 아닌 정쟁수석”이라며 강 수석을 즉각 경질하라고 했다.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가 직접 야당과 대립 각을 세우며 불필요한 감정싸움에 나서면서 오히려 국정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야당과 대화를 나눠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싸움 전면에 나서면 상황이 더 꼬일 뿐”이라며 “이러니 여권에서조차 청와대 비서실 교체설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문병기 기자

#국정감사#청와대 비서실#국회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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