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정 분야 중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해 응답자의 60% 이상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경제성과에 대한 만족도가 그만큼 낮음을 보여준다. 특히 경제정책 가운데 최악의 평가를 받은 부동산 정책은 두고두고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 때도 부동산 문제가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잘한 정책과 못한 정책 부문에서 동시에 2위로 꼽힌 건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논쟁적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 ‘소주성’ 대표 정책 두고 엇갈린 평가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복지 확대’를 가장 잘한 경제정책으로 평가했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 안전망 구축 노력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 소주성 정책의 세부 과제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두 정책은 가장 잘한 경제정책 2, 3위에 올랐지만 동시에 가장 잘못한 정책 2, 3위이기도 했다.
정부의 일자리 복지가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사업주가 인건비 부담으로 일자리를 줄이고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약화로 이어진 정책의 명암이 답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과세 확대와 돈줄 죄기로 대표되는 부동산 정책은 가장 잘못한 경제정책 1위로 꼽혔다. 규제 중심의 각종 대책에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 따른 실망과 박탈감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4월 대비 2019년 10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1.6%에 이른다.
일각에선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부자들의 투기판’으로 간주한 채 대출 제한 등을 통해 실수요자의 진입까지 틀어막은 게 결과적으로 정책 소외자를 양산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정책들을 시행하다 보니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특정 지역 상승 등 부작용을 낳았고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 체감 안 되는 혁신성장
작년 말부터 정부는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소주성에서 혁신성장으로 서서히 옮기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정책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신산업 육성과 규제 혁신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과 잘못했다는 응답 모두 최하위를 나타냈다.
정부는 그간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 등의 자료를 쏟아냈다. 하지만 신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국민들이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최근 검찰의 ‘타다’ 기소 건을 두고 빚어진 정부 내 불협화음을 둘러싼 국민의 실망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공유는 물론이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도심 내 공유숙박, 게임산업 진흥책 등이 지지부진하며 과연 ‘혁신’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는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민들이 획기적으로 변한 부분을 체감하기 어려워 신산업과 규제 혁신이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2.9%는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과 높은 부동산 가격,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재가 맞물리며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상품과 서비스를 사려는 수요가 줄면서 경기가 더 가라앉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혁신 부문에서 기득권 눈치를 보지 말고 공론화와 갈등해소, 국회와 입법협력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소비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주애진 기자
* 이번 조사는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번호걸기(RDD)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가중값 산출과 적용은 성, 연령, 지역별 가중치(셀가중, 2019년 9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를 부여했다. 응답률은 10.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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