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단에 외부에서 영입한 20대 남성이 1명 있는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다. 나도 보고 깜짝 놀랐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명단이 발표되기 1시간 전, 기자에게 한 민주당 관계자가 귀띔해준 내용이다.
민주당 관계자도 깜짝 놀란 인물은 바로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재 구독자 1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알리미 황희두’를 운영하는 황희두(27)씨.
‘조국 사태’를 지나오며 민주당이 청년층의 ‘공정함’에 예민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고, 김해영·이철희 등 초선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시기에 민주당이 내세운 첫 20대 인물이다.
신선하다는 면에서는 우선 합격인 듯하다. 정치부 기자들은 총선기획단 명단 발표 직후 “황희두가 누구냐”며 당혹스러워했다.
황씨의 대표적인 이력은 ‘프로게이머’와 ‘유튜버’다. 민주당의 약점인 ‘이남자(20대 남성)’와 ‘유튜브’를 갖춘 매력적인 인물이다. 마침 황씨는 5일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서 다른 단원들을 제치고(?) 이해찬 대표 옆에 배석했다.
이외에도 황씨는 자신을 박원순 시장이 희망제작소 이사 시절 스스로를 지칭하던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사회를 개선하는 활동가)’라는 직책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2015년 아버지와 ‘대한북레터협회’를 설립해 자신이 소장하는 책 앞면에 자신의 경험을 적어 책을 기부하는 ‘북레터365운동’이라는 활동을 했고, 이 운동에는 박 시장이 지지하기도 했다.
노소영·홍사덕·곽노현 등을 고문으로 하는 비영리민간단체 ‘청년문화포럼’을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템플턴대’라는 유령대학을 설립한 후 국내에서 학위 장사를 한 일당을 고소해 이들에게 사기 및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황씨는 5일 총선기획단 첫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청년들이 결과로 판단하는 게 많더라. 청년들의 과정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총선기획단 ‘소통’ 분과에서 활동하는 황 씨는 12월로 예정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전까지 운영되는 총선기획단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향후 입당이나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뉴스1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실정치를 할 생각은 아예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김어준씨처럼 알기 쉽게 정치이슈를 젊은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씨와의 일문일답.
-오늘 총선기획단 첫회의가 있었는데 어땠나. ▶참석한 분들에게 앞으로 가감없이 말하겠다고 했다. 사실 긴장도 많이 됐는데 딱딱한 분위기가 전혀 아니더라. 물론 내 말이 다 반영되지는 않을 거란걸 알지만 최대한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총선기획단에 포함된 사람들 등 민주당과 원래 인연이 있었나.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과는 아는 사이였고 정청래 전 의원은 안면은 있지만 친하진 않았다. 정 전 의원은 스타크래프트를 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분이기도 하다. (정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프로게이머 서지수 선수와 공개 대결을 펼치는 등 e-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누가 나를 총선기획단에 추천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민주당에서는 황씨의 어떤 점을 보고 총선기획단에 영입했다고 하던가. ▶민주당 측으로부터 통화를 받았을 때는 어안이 벙벙해 어떻게 날 설득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내가 평소에도 민주당을 좋아한다고 말해와서 활동이력을 찾아본 것 같다.
-고민은 되지 않았는가. ▶고민됐지만 유튜브로만 내 생각을 전달했을 때는 젊다는 이유로 무시를 많이 당하는 등 한계를 느꼈다. 민주당에게 개인적으로 전하고 싶은 내용도 있었다. 여러가지를 고려해 합류하기로 했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공정함을 외친 청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는 다른 분노해야 할 지점도 있을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며 납득이 안가기도 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개인에게 벌어지는 일은 ‘가족인질극’ 같더라. 조 전 장관 말고도 각종 의혹이 많이 쏟아지고 범죄행위에 가까운 잘못된 일을 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용하더라.
-그럼에도 그런 청년층까지 민주당이 끌어들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소통하고 설득하려는 시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 특히 오프라인 소통창구가 많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풀리지 않던 오해들이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다 보면 풀리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이명박·박정희를 존경했다는 고백도 했던데, 어떤 계기로 생각을 바꾸게 됐는지. ▶어느 순간 속았다고 생각이 되더라. 그들에 대해 찬양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던 때가 있었고 그런 게 반복되다 보니 확증편향이 생겨버리더라. 그래서 지금 유튜브를 하며 (반대 진영으로부터) 비판받는 악플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이남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않고 ‘여성우대정책’을 펼친다고 비판하는 젊은 남성층의 비판도 있다. 젠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건지. ▶우선 여성 혐오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전에 (페미니즘이 부상할 때) 반감이 심해 주변 여성인 친구들과 싸운 적도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계속해 얘기해보고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서서히 변해갔다. 남성들이 조용히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총선에 대비한 인재영입으로 보는 시각도 있던데. ▶개인적으로 나는 방송인 김어준씨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스피커 역할로서 젊은 친구들이 정치와 사회에 관심 가질 수 있게 쉽게 내용을 전달하고 싶다. 현실 정치하고 싶은 생각은 정말 아예 없다. 이 부분을 꼭 강조해달라. (웃음) -민주당이 당내 ‘쇄신론’을 다루는 모습은 어떻게 보고 있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본다. 어쨌든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이해찬 대표께서 당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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