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지소미아 종료 앞두고 韓日 해법 속도 내나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6일 15시 35분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 방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11분간 단독환담에 대해 “의미있는 만남”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한일 관계가 해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오는 23일 만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매개로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강제징용 배상판결 강제집행 전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종국에 한일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지난 4일 오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의 사전환담 자리에서 아베 총리와 11분간 단독으로 환담했고, 이에 대해 “아베 총리와는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사안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지소미아까지 한일 현안은 외교안보·역사·경제분야가 얽혀있다. 여기에 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까지 연결돼있다. 이 때문에 한일 현안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일 정상 간 환담은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양 정상이 해결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하나씩 실타래를 풀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양 정상은 한일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실제로 한일 정상의 전격 환담이 성사되기까지 물밑에서는 바삐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다.

극비리에 회동한 한미일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지소미아와 관련해 집중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상 서 원장은 워싱턴 회동 논의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그 이후 한일 정상 환담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서 원장은 한일 정상 환담 이후 열린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일 정상 간 단독 환담을 근거로 들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복구)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지소미아의 경우 우리측보다는 일본측이 조급한 문제라는 것이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소미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동일하다”라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이유로 우리나라를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든 것이 원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서도 실마리를 찾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일 정상 환담에서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우리가 말씀드리는 것은 전부가 아니라 여러가지 선택지를 생각할 수 있다’ ‘계속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을 순방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5일 도쿄 와세다대학교 특별강연에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기존의 우리 정부가 제시한 ‘1+1 방식’(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조성)에서 나아가 기업 기부금·민간성금·화해와 치유재단 잔액을 더한 ‘1+1+α 방식’을 제안했다.

지난달 말 교도통신은 한국 정부와 기업,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협력 명목의 기금인 ‘경제기금 설립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제3의 해법으로 양국이 ‘화해 절차’를 택해 손해배상금이 아닌 경제기금안으로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일 관계 해결방안을 둘러싸고 다양한 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명확하게 좁혀진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여러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기사화된 경우도 많다”라면서도 “어쨌든 일본과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방법을 찾기 위해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 없더라도)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 단계에서는 여러 의견들과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바꾸진 않을 것이지만 대화는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일 양국이 오는 23일부터 종료되는 지소미아와, 대법원의 피해자 소송 판결에 따른 배상금 강제집행이 예상되는 연말 등 한일 관계 해법의 ‘골든아워’가 가까워져오는 만큼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물밑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검토해보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어떤 방법, 어떤 수위로 문제를 풀지는 양국 간 숙제”라며 “빠른 시일 내 풀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일본 정부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측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대화창구로 삼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날 방한한 데이비스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한일 정상 단독 환담에 대해 “우리는 방콕 현지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화의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주목했고 매우 고무됐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정상 간 결단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무선에서 해결할 수준을 넘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오는 12월 하순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와, 이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돼 진전된 논의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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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오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4/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오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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