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웰 "한미동맹, 태평양 평화·안보의 핵심축" 강조
韓, 일본과 대화 통한 해결 노력 등 입장 상세히 설명
靑 "지소미아 입장 동일, 日 수출규제 때문에 불가피"
전문가 "美, 지나치게 압박 모습 보일 경우 역풍 감안"
"韓정부 최대한 존중하며 문제 풀겠다는 식으로 접근"
“한미 동맹은 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다.”(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직접적으로 현안을 거론하는 대신 한미 동맹을 내세웠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대화 노력 등을 소개하는 등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며 미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6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1차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잇따라 예방했다. 이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70분간 면담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국방부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만나 1시간30분간 회동했다.
앞서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 26일 도쿄를 방문해 “지소미아는 미국, 일본에,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며 지소미아 유지 방침을 한국에 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스틸웰 차관보는 언론을 향해 직접적인 압박성 발언 대신 한일 관계의 진전에 대한 고무적인 평가와 함께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강경화 장관과 조세영 1차관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방콕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 매우 고무됐다”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볼 때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며 “방콕 동아시아 정상회의 기간 (한미 관계를) 강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콕에서 신남방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 방안을 담은 설명서를 발표했다”며 “공동의 관심사와 협력 분야를 담았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스틸웰 차관보는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논의가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환상적인 논의를 가졌다.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답했다.
이날 면담에서 강경화 장관은 한일간 현안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합리적 해법 마련을 위해 한국이 취한 노력을 설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역시 스틸웰 차관보와 한미간 현안, 한일 관계를 포함한 지역 정세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이 과정에서 지소미아도 언급됐지만 강한 압박성 발언 대신 의견 교환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후 스틸웰 차관보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예정된 시간을 넘겨 70여분간 면담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면담에서 양측은 지소미아, 방위비 분담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의를 가졌다”며 “김 차장은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으며, 스틸웰 차관보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동맹이 동북아 안보에 있어 핵심축(linchpin)임을 누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다음 행보는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만남이었다. 스틸웰 차관보는 정 실장과 1시간30분간 면담하며 한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 등도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한미 외교·안보부처 당국 간 소통을 한층 강화한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며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지만 일각에서는 협상 시한이 올해 말이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한국은 미국 원조의 큰 수혜자였지만 스스로 일어나 강한 기여자이자 파트너가 됐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그 동안 미국은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소미아 유지를 압박해 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것으로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 등 신뢰관계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경우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깜짝 환담을 이끌며,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한일 정상 환담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일본 강제징용과 관련해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마무리 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 고위 관료들은 한미 동맹 차원에서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라며 “지나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문제를 풀겠다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3일 지소미아 종료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것 역시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기류 변화로 풀이된다”며 “지소미아 종료, 일본의 수출 규제, 강제징용 문제를 푸는 데 있어 한국 정부는 물론 일본이 전향적 접근을 하고, 미국은 한일간 불신을 담보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3차 회의를 앞두고 전날 비공식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3박4일간 서울에 머물며 국회 관계와 면담하고, 정은보 한미 방위비협상 수석대표와 만찬을 갖는 등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여론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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