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 등을 겨냥해 ‘보수 통합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뒤 3시간 만에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가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 내년 총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인 보수 통합 논의가 조기에 달아오르고 있다. 황 대표와 유 전 대표 간에 서로 공식적인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처음. 이날 또 한국당 초선 비례대표 유민봉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적쇄신 ‘불씨’도 이어지는 등 한국당은 통합과 인적쇄신 소용돌이에 한꺼번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 9월 추석, 황-유 통화하며 대화 시작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반드시 심판하기 위해 범자유민주세력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염원과 명령”이라며 “물밑에서 하던 (통합) 논의를 본격화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당내 통합 논의기구를 설치하고, (당 밖)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지난 추석을 전후해 황 대표는 유 전 대표와 직접 통화하며 대화를 시작했고,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진 이후엔 황 대표가 측근들을 통해 유 전 대표와 우리공화당 홍문종 대표 등과 협의해 왔다. 특히 황 대표는 보수 시민사회단체들과 꾸준히 접촉해온 만큼 그동안 잇따라 좌절됐던 ‘범보수 빅텐트’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 대표가 이날 통합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조국 사태’ 이후 야권 지지율이 하락하고 황 대표 리더십도 위기를 맞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황 대표의 제안에 유 전 대표가 “한국당이 제가 제안한 보수재건의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전제를 달며 응답한 것은 이 같은 물밑 소통의 결과로 보인다. 황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도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통합’을 강조했고, ‘간판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논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유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에서 열린 특강 뒤 기자들을 만나 유 전 대표의 ‘보수재건 원칙’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합협의체가 만들어지면 거기서 논의하는 것”이라고 적극성을 보였다. 통합기구의 대표에 대해서도 “누구를 세울지 논의하자”고 했다. 그는 “대의를 나누며 유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반대, 반발도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보수 통합 시점은 “가급적 빠를수록 좋겠다. 12월은 돼야 할 것 같고, 1월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 우리공화당 “유승민 등 탄핵 5적 정리해야”
하지만 탄핵을 둘러싼 보수 내 갈등,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황 대표의 리더십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우리공화당은 “탄핵을 묻어버린 통합 논의는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라며 “유승민 등 탄핵 5적을 정리도 못 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느냐”는 논평을 냈다. 유 전 대표의 한 최측근 의원도 “진지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건 황 대표의 리더십 문제며, 통합에 더 방해가 된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처리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군소 보수정당들 사이엔 “각자 독자 출마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와 함께 한국당은 이날도 인적쇄신론이 이어졌다. 유민봉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서 밝힌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했다. 이어 “선배 여러분이 나서준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전날 김태흠 의원이 띄웠던 ‘중진 퇴진론’에 힘을 보탰다. 이날 당 지도부에선 ‘비례대표 국민공모제’ ‘민주당보다 더한 물갈이 필요성’ 등의 제안들이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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