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살해’ 北주민, 속전속결 초유의 추방…남은 의문과 논란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8일 1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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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 주민에 대해 전례없는 강제 추방 조치를 취하면서, 2명의 북한 주민이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한 혐의 의문점을 비롯해 정부 조치의 적절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이번 사건은 지난 8월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7톤(t)급 오징어잡이 어선에는 총 19명이 탑승해 북한 김책항에서 출항했다.

선장의 가혹행위로 인해 앙심을 품은 선원 3명은 10월 말쯤 범행을 모의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경계근무를 서던 선원들과 선장을 먼저 도끼와 망치로 살해한 뒤 취침 중이던 다른 선원들을 근무교대 명목으로 2명씩 배위로 불러내 살해한 후 16구의 시체를 바다에 유기했다.

이들은 범행 후 자강도에서 숨어 지내기로 계획하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책항으로 돌아갔으나 이 중 1명이 북한 당국에 검거되자, 나머지 2명은 어선을 타고 NLL(북방한계선) 해상으로 도주했다.

이들이 탄 어선은 NLL을 침범을 여러차례 반복하다 지난 2일 해군에 나포됐다. 정부는 선원들에 대해 3일간 조사하고, 부처 합동회의 끝에 강제 추방을 결정했다.

정부는 5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추방 의사를 타진했고, 북한은 6일 이들을 수용하겠다는 답변했다. 이에 정부는 전날(7일)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강제 북송했다. 선박은 8일 북측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 나포 5일만에 ‘강제 추방’ 결정은 이례적…뒤따르는 의문점들

이들의 강제 추방은 나포 5일만, 정부 조사 3일만에 이뤄진 신속하고도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군 당국자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우연히 취재 카메라에 찍히며 공개돼 정부가 왜 사건을 비공개로 처리하려 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추방 조치가 결정됐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어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이들의 귀순 사실을 5일 동안 밝히지 않다 언론에 노출된 뒤에야 관련 사실을 브리핑했다. 합동 조사결과도 정부가 명확하게 발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살해 수법에 대해서도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보고한 내용으로 파악됐다. 3명이 어떻게 16명을 살해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 “중대 범죄행각” VS “南에서 재판 받았어야”…추방 논란도

신속히 강제 추방을 결정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도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통일부는 살인이라는 중대한 범죄행각을 벌인 후 도주한 이들에 대해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나 국제법상 난민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북한이탈주민보호법 9조에 따르면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헌법상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이고, 북한 주민도 우리나라 국민이기 때문에 추방 조치가 아니라 국내에서 재판을 받게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국민이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할지언정 다른 나라로 추방할 수는 없다”며 “북한 주민도 국내로 들어오면 스스로 송환을 원하지 않는 한 우리와 동일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은 (헌법상)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다. 북한 주민 모두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한민국 땅을 밟게 되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재판에 의해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추정이 원칙”이라며 “이번에 추방된 2명이 왜 기본권을 누릴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별도의 신병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우리 정부가 ‘먼저’ 연락사무소를 통해 추방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이 제기된다.

신창훈 인하대 국제해양법센터 연구교수는 트위터에서 “아무리 간이하게 처리하고자 했더라도 범죄인 인도절차에 준하여 이 사안을 다루어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귀순의사를 내비친 이들에게 우리 국민과 동등한 절차권을 보장해 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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