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기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합참 청사에서 제44차 한미 군사위원회(MCM)를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주요 동맹 현안을 논의했다. 23일 0시부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미국은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핵심축’임을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종료 방침에 반대의 뜻을 개진했다고 한다. 밀리 의장은 이날 회의 직후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했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박 의장과 약간의(a little bit)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MCM 직후 열린 한미 고위급 회의에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배석한 것도 지소미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갖는 위치를 간과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은 한반도 방어와 주한미군 대비태세 완비를 위해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이날 회의 후 배포한 공동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안보 상황 평가를 보고받고, 동맹의 연합방위태세 강화 방안과 미군 사령관에서 한국군 사령관 지휘로 바뀌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국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국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작년 MSC 보도문에는 이런 대목이 없었다. 지소미아 연장과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여달라는 미국 내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밀리 의장 등 미군 수뇌부와 함께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같은 취지의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에스퍼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한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증진을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가 SCM에서 이달 중순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의 축소 또는 유예를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소미아 문제 등 최근 한일관계 상황을 점검하고,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방향을 논의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진행 상황도 점검하고 관련대책을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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