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를 겨냥한 용퇴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초선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물밑에서 제기된 ‘586 용퇴론’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으로 전면 부상한 양상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세대 교체를 논의할 시기라는 점엔 공감하지만, 이를 위해 특정 세대의 정치경력을 ‘희생’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금태섭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점에는 다들 공감하고 있지만, 586세대가 물러나야 한다는 데에 다수가 공감하거나 논의가 진전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586 용퇴론과 관련해 제기된 여당 의원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적극 찬성하는 이철희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86세대가 헌신적인 모습, 이제는 물러나면서 새로운 세대가 들어올 수 있는 산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586세대가 16대 국회에 전략공천으로 대거 입성했듯, 소위 ‘새 피’를 수혈하기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이들은 세대가 아닌 역량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홍근 의원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그 사람 개인의 시대적 소명이 다했는지,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다했는지, 세상을 바꿀만한 에너지가 없는지를 갖고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내 주류와 정책 어젠다에 대한 변화 욕구가 용퇴론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화 운동을 체화한 586세대가 오랜 시간 당의 주도권을 쥐면서 진영논리가 부각됐고, 오늘날 필요로 하는 청년·여성·장애인 등 다양한 집단을 수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그들이 부패했다거나 특별한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다”라며 “정체성에 너무 갇힌 게 아니냐는 것이고 그걸 ‘기득권화’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 내부의 반응을 보면 한쪽에 치우쳐 있었다. 하나의 동질성을 가지면서 정체성이 확고하다보니 폐쇄성이 드러난 것”이라며 “인적쇄신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고, 이후에 변화하느냐는 두 번째 문제”라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 역시 “용퇴론의 타깃이 된 586세대의 좌장급 인사들은 모두 의정활동도 우수한 훌륭한 사람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들 소수가 좌지우지하다보니 같은 세대 초·재선들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크지 못한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이어 “(용퇴론은) 그들에게 586세대 맹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당을 전체적으로 젊은 층으로 이동하자는 것”이라며 “86세대라는 이름의 정치적 어젠다가 사라지고 다양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586 용퇴론의 파장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지형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가 거셀 경우 586세대를 고리로 다선·중진 의원들에 대한 용퇴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던 시스템 공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당연히 그 다음은 다선·중진 의원들이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전략공천의 폭이 넓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