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날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청와대가 보기에도 일반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행사가 중구난방으로 흘러갔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고 대변인도 “진행될 때는 서로가 자기의 의견을 주장하려 했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끝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국민이 상당한 수준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끝날 때는 모두가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가 준비한 내용만 일방 전달한 쇼”라고 성토했고, 정진석 의원은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은 돗자리를 깔아야 한다. (행사 시작 전) ‘얻을 게 없다’는 취지로 (탁 위원이) 우려했는데 적중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방송 진행을 맡은 방송인 배철수 씨가 “3년은 늙는 기분이었다”고 말한 것에 빗대 “(방송을) 보는 우리도 3년 늙었다. 진행 자체도 매끄럽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참석자들이 앞다퉈 소리치며 손을 들면서 혼돈이 빚어지기도 했고, 질문자들의 하소연성 질문이 계속되기도 했다. 여권과 가까운 방송인 김어준 씨조차 자신의 방송에서 전날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앞부분 좀 보다가 도떼기시장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시청을 멈췄다”고 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제작을 맡은 MBC를 탓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한 관계자는 “MBC가 참여 신청에 ‘하고 싶은 질문’을 받았으니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분야별로 그룹 지어 참석자들을 앉혔다면 그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MBC가 제대로 준비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국민과의 대화는 ‘너무 딱딱한 콘셉트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미리 준비)한 게 진짜 없다”며 “구체적인 것들은 다 MBC에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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