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위 관계자 “지소미아 종료 땐 방위조약 준수 영향 미칠 것” 압박
에스퍼 “주한미군 감축, 추측않겠다”… 협정 종료 이틀 앞두고 파상 공세
김현종 극비 방미, 정부 입장 설명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안보지형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오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한(對韓) 압박을 가하면서 한미동맹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인한 한미동맹 균열을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가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최근 국내 인사들에게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조약 준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거론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축소 카드가 지소미아 종료로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9일(현지 시간) 필리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반도에서 군대 감축을 고려하느냐”란 질문을 받고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불과 4일 전인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선 “주한미군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전투태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첼 라이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미국의소리’에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는 근시안적 행동으로 한국의 안보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지소미아와 한미동맹은 별개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틀린 말”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박 3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뒤 20일 밤에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소미아 관련 대미 창구’였던 김 차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핵심 당국자들을 만나 현안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미국이 안보뿐 아니라 남북관계와 경제 등 전방위적인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일각에선 일보 후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며 “(종료 시한 전에) 양국 정부 간에 합리적인 타협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소미아를 종료하더라도 한미일 안보협력 유지를 위해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 업그레이드 등 적극적인 대안 제시로 워싱턴을 설득해 한미동맹 균열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우리가 한미일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가시적인 모습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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