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주요 국정 방침 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이틀째에 접어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전날에 이어 청와대와 국회를 오가며 ‘동분서주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필사즉생’의 각오와 결의를 거듭 다졌다.
앞서 황 대표는 전날(20일)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선언한 뒤 늦은 오후 국회로 돌아와 긴급히 설치한 천막에서 밤을 보냈다. 한국당은 당초 청와대 앞을 황 대표의 단식 농성 투쟁 장소로 선정했지만 경호상의 이유로 농성 천막 설치가 무산된 탓이다.
이에 황 대표 등 지도부는 공개일정은 청와대앞, 천막 농성 등 내부 일정은 국회에서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황 대표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인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협정)’가 23일 0시를 기해 종료되는 만큼 우리 정부의 폐기 철회를 촉구하는 청와대-국회 ‘이원 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천막설치 불허 등 현실적 이유와 여론전의 효과 극대화 등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 주력하자는 의견도 당내에서 있지만 지소미아 문제가 촉박한 만큼 당분간은 이 같은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황 대표가 이러한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는 투쟁의 타깃(문재인 대통령)과 명분(국정대전환 촉구)을 확고히 설정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을 상대로 지소미아 종료 철회 외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다만 황 대표의 단식투쟁에 대한 명분과 시점을 두고 당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강행군’이 계속될 경우 오히려 당내 반발과 정치적 부담감만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가 단식 돌입을 통해 당안팎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효과는 톡톡히 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여론의 관심도가 긍정적 방향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기국회 원내투쟁력 분산, 정국 경색 지속, 보수 통합·쇄신 작업 차질 등 다양한 우려에 더해 당직자들의 실무 부담과 혼선 가중 등 실무적 문제들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황 대표가 단식 과정에서 의미있는 성과나 여론의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당내에서부터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 대표의 단식이 오히려 국정 개혁과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여야 협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한국당밖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실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황 대표의 단식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민들께서 황 대표의 단식을 당내 리더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뜬금포 단식’이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개혁 저항 단식, 개혁 저항 농성이다”라고 했다.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이 그가 강조해 온 보수 통합과 혁신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보수진영 내에서 제기되는 모습이다.
당내 쇄신 요구가 분출되고 보수 통합 논의가 일고 있는 국면에서 관심의 초점이 ‘황교안 단식’에만 쏠려 보수 통합을 위한 동력과 명분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수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결단이기 때문에 폄훼해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쇄신의 요구를 오히려 막거나 통합 논의 (를 가로막는 것으로) 작용한다면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관측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