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말라” 이틀째 촉구… 낮엔 청와대앞, 밤엔 국회에 천막
靑경호 문제로 ‘주청야국’ 단식… 임신부 3명 포함 당직자 현장 동원
교대로 24시간 지켜 황제단식 논란… ‘黃대표 건강 확인-소음 제어’ 지침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끝까지 하겠다”며 이틀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앞으로 주간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 야간에는 국회의사당 앞 천막을 오가는 ‘주청(靑)야국(國)’ 단식에 나서기로 했다. 경호 문제로 청와대 분수대 앞에 천막을 못 치게 된 데 따른 고육책이다.
황 대표는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당 회의를 열고 “자해 행위이자 국익 훼손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 0시)이 다가오면서 국가 위기가 너무 걱정돼 최대한의 투쟁을 늦출 수 없었다”며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하겠다”고 했다. 오후 9시경 국회 천막으로 돌아온 황 대표는 22일 오전 청와대로 다시 갈 예정이다.
황 대표는 21일 오전 3시 30분 국회 앞 천막에서 수행비서만 대동하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전날 밤 청와대에서 국회 천막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청와대로 가겠다는 황 대표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우리 뜻을 (대통령) 가까이에서 전달해야 한다”며 “천막 설치가 불법이라니 법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전날에 이어 황 대표를 찾았다. 강 수석이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만찬에 여야 5당 대표를 모시려 하니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자 당내에선 “단식 중인 사람에게 만찬을 권하다니 놀리는 거냐”며 반발했다. 황 대표는 “제가 단식 중이란 말씀을 대통령께 전해 달라”며 거절했다.
황 대표가 12시간 단위로 당직자 4명씩 돌아가며 단식 현장을 24시간 지키라고 지시했다는 문서가 알려지면서 ‘황제 단식’ 논란도 불거졌다. 이 지침에는 △30분마다 대표 건강 확인 △대표 기상시간(오전 3시 30분)대 근무 철저 △대표 취침 방해 안 되도록 소음 제어 등이 담겨 있다. 동원된 당직자 중엔 임신부도 3명 포함돼 있고 ‘미근무시 불이익’이라고도 명시돼 있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한국당이 웰빙 단식에 이어 황제 단식이자 갑질 단식을 선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당 당직자 단체인 사무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당 대표가 단식하면 6시에 ‘칼퇴근’한 후 죽창가 따라 부르고 사케나 마시느냐”며 “이 대변인은 정당 정치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라”고 했다.
불출마 선언으로 당 해체 수준의 인적 쇄신을 주장했던 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단식에 나선 황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라디오에서 “당 지도부가 불출마 선언에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는 제 말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당은 황 대표가 지지부진한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으로 당내 리더십 위기에 몰리자 단식 카드를 꺼냈다며 비판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황 대표가 위기를 돌파하려고 택한 것이지만 국민들은 코미디로 본다”고 했다. 그러자 단식장을 찾은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제1야당 대표가 나라를 걱정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시작했는데 여당의 대변인과 다른 당 의원들이 조롱하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며 “조국(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던 ×들이 나섰다. 그런 사람들은 선거에서 제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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