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온 뒤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22일 “북한이 해외 곳곳에 숨겨둔 자산을 찾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웜비어 부모인 브레드·신디 웜비어는 이날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묻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앞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승소해 미 법원으로부터 약 5억 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최근에는 미국이 압류하고 있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소유권을 사실상 인정받아 매각 대금 일부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디 웜비어는 배상금과 관련해 “금전적 배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북한의 중요한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의의”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북한은 독일에서 불법 호스텔을 운영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위법 행위를 하고 있고 이렇게 묵인하는 행위 때문에 우리 아들이 죽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해외에 숨겨진 북한 정권 자산을 찾고 거기에 대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독일의 호스텔 과 관련해 독일 정부에 폐쇄를 요청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에도 납북 피해자 가족의 문제에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디 웜비어는 “핵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지만, 핵이 인권보다 중요한가”라고 물으며 “핵 때문에 인권은 더디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은 북한 정권이 살인해도 된다고 용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상금으로는 웜비어 재단을 만들어 북한에 억류·납북된 가족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디 웜비어는 “오토가 처음 북한에 억류됐단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청 충격을 받았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랐다”며 “(배상금으로) 납북·억류된 사람들을 위한 전담 기관을 만들고자 한다. 무사 귀환을 위한 메시지를 가족들이 전달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3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계획이다. 신디 웜비어는 “북한이 나의 사랑하는 아들을 앗아갔지만 강건하게 서 있는 나를 해치진 못했다고 보여주기 위해 DMZ를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오후 일본, 태국의 납치·억류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북한에 의한 피해 상황을 알리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대북 제재 유지를 촉구하는 공동결의 선언문도 채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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