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째 단식 황교안, 몸져 누웠지만 병원행 거부 “아직 할 일 남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6일 22시 35분


최고위원들, 병원행 계속 설득…의료진 대기 중
"단백뇨 나와…혈뇨면 위급, 마지노선으로 준비"
"정신력으로 버텨", "기운없지만 의지 너무 완강"

혹한 속에도 7일 째 단식을 이어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결국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몸져 누웠다. 이에 나경원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병원에 갈 것을 수차례 권유했지만 황 대표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김광림·김순례·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9시께 청와대 사랑채 앞 황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황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표님을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이러다 위험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며 “대표님 성격으론 (병원에) 안 가려고 할 게 분명해 저희라도 권유해보자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표님은 말씀을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다. 말을 듣기도 힘들어 눈으로 깜빡거리는 상황”이라며 “보고 있기도 힘들 정도”라며 울먹이듯 말했다. 이어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 아직 더 있어야 한다”는 황 대표의 답변을 전했다.

김광림 최고위원도 “병원에 가자는 저희들의 건의에 (황 대표께선) 완강히 ‘아니다’라고 답하셨다”며 “바깥에 지금 의료진이 대기 중이다. 계속 (병원에 가도록) 설득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순례 최고위원은 “지금 단백뇨가 나오는 상황이다. 혈뇨가 진행되면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료진들이 이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며 “(약사출신인 제가 보기에) 지금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신다. 단백뇨를 넘어 조금이라도 혈뇨가 나오면 바로 병원으로 모셔야 할 상황이다”라고 보고했다.

정 최고위원은 “제 생각에 지금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그런데 본인 의지가 너무 강하다”며 우려했다. 신보라 최고위원은 “저희도 설득할텐데 국민여러분도 설득해달라”며 “대표께서 기운은 없지만 의지가 너무 완강하다”고 전했다.

이후 오후 10시께 나경원 원내대표도 황 대표 단식 농성장을 다시 찾았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만나고 난 뒤 기자들에게 “많이 기력이 쇠하셨다. 이제 병원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라며 “그런데 (황 대표께서) 현재 원치 않아 하신다”고 전했다.

오는 27일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에 대해 “여당은 계속해서 뜻을 같이하는 다른 야당과 야합을 논의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데 여당이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부분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황 대표 단식 농성장에는 보수 야권 대표들을 포함한 다양한 정치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이날 농성장을 방문해 대여(對與) 투쟁에 힘을 실어줬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8시51분께 황 대표를 만나 “건강을 너무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단식을 중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혁에서 활동하는 지상욱 의원도 유 의원과 함께 농성장을 방문했다.

유 의원은 농성장을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기력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며 “거의 말씀을 잘 못하고, (황 대표가) 자꾸 마스크 벗고 말하려는 걸 벗지 말라고 했더니 고맙다고 이야기하셨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통합과 맞물려 황 대표와 유 의원 간 회동 시점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유 의원은 “그런 얘기(보수통합)는 전혀 없었다”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법, 공수처법에는 문제의식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하니 건강을 해치시는 것 같아서 걱정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오후 1시45분께 같은 당 김관영 의원과 함께 황 대표를 방문했다. 그는 농성장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건강이 안 좋으셔서 말씀하는 것을 잘 듣지는 못했고 하나님이 주신 생명, 건강을 유의하시라고 했다”며 “빨리 일어나서 손잡고 좋은 나라를 같이 만들도록 하자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고맙다”고 답했다고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전했다. 손 대표는 “기력이 너무 쇠해지고 혈압도 내려가고 했다는데 건강이 잘 유지되길 바란다”며 “하루빨리 단식을 풀고 우리가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나가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치 지도자 한 분이 야외에서 노숙 단식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고 빨리 단식이 풀어지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 갔으면 한다”고 했다. 황 대표의 건강 상태에 대해선 “(건강이)아주 안 좋은 것 같다. 얼굴이 좀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오후 2시50분께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농성장을 찾았다. 박 전 의장은 “황대표의 단식을 통한 민주주의 투쟁을 우리는 높게 평가한다”며 “황 대표 한 사람의 단식은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여망이 반영되는 이 곳에서 과거 정치인이었던 우리들이 격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로 이 나라를 지켜왔고, 지켜나가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왔다는 것을 국민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청원 무소속 의원은 오후 5시14분께 도착했다. 서 의원은 “건강이 최고다. 풍찬노숙하면 건강이 더욱더 악화된다”며 “건강을 조심하고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황 대표가) 말씀을 아예 못하시더라”며 “이불 바깥으로 손만 조금 (나왔고) 말 한 마디도 못하더라. 야외에서 이렇게 하면 건강이 참”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과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다.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이 내려진 뒤에는 청와대 앞에서 철야 노숙 단식에 돌입했다. 혹한의 날씨에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현재 한국당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을 대기시킨 상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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