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이 계속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대치되는 발표여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회관에서 “문재인 정권 30개월 중 26개월 간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했다”며 “서울 아파트값은 2017년 5월 3.3㎡당 3415만 원이었으나, 올해 11월에는 5051만 원으로 평당 1647만 원 상승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2년 반 동안 25평 아파트 기준으로 4억 원이 뛰었다”며 “강남권의 경우 11.6억 원에서 17.4억 원으로 5.8억 원이 상승했고, 비강남권 역시 5.5억 원에서 7.9억 원으로 2.4억 원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서울 집값이 물가 상승률보다 12배 많이 뛴 셈이다.
이어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다주택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2배로 늘려주고 양도세·종부세 등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줘 ‘투기의 꽃길’을 활짝 열었다”며 “역대 정권 중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올랐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이 같은 부동산 시장 현실을 두고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최근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임기 동안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가 보고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있다고 장담한다”며 “정부는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갖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라고 주장했다. 또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며 “특히 서민들의 전월세 가격은 안정돼있다”고 부연했다.
경실련은 “정부 주장의 근거는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전국주택가격동향’”이라며 “이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감정원이 또 왜곡함으로써 거짓 통계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단위 집값 통계는 표본이 부족하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경실련이 2014년 통계작성기관이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될 당시 2주간 서울 아파트단지 거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단지 중 30%만 거래 건이 있었고, 나머지 70%는 거래가 없었다.
거래 건수 또한 단지 평균 4주 동안 1건에 불과했다. 표본 부족에도 한국감정원은 매주 단위로 아파트 가격 변화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와 대통령은 엉터리 통계를 근거로 32주 연속 집값 하락이라는 엉터리 진단을 제시한다. 제대로 된 진단이 없으니 효과적인 대책도 없다”며 “엄청난 집값 상승으로 최악의 주거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 현실을 외면하고 우롱하는 국토부 장관을 경질하고, 집값 거품 제거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길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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