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8일째에 병원으로 이송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8일 새벽 의식을 되찾은 뒤 수액을 맞으며 회복 중이다. 하지만 황 대표 이송 직후 한국당 정미경 신보라 최고위원이 선거제 개편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철회를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공언한 패스트트랙 법안 부의 날짜인 다음 달 3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야권이 협상보단 강경 투쟁을 고수하면서 여야 간 대충돌이 예상된다.
황 대표는 병원 이송 2시간 만인 28일 오전 1시경 의식이 돌아왔다. 한국당에 따르면 황 대표는 눈을 뜬 후 부인 최지영 여사에게 “단식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지만 최 여사와 아들이 “그러다 진짜 죽을 수 있다”며 극구 만류했다. 황 대표는 오랜 단식으로 신체 근육의 15%가 빠져나가 혼자 걷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응급실에 실려 간 직후 병원 본관 20층 VIP 병동에 입원했다가 이날 오후 일반 병동 1인실로 옮겼다. 가족 외 면회객 방문이 하루 2시간으로 제한되는 일반 병동에는 최 여사가 자리를 지켰다. 병원 측은 황 대표에게 수액을 투여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한편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재활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다. 아직 식사는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이날 정치권 일각에서는 하루 입원비가 최대 200만 원 수준인 VIP 병동 입원을 두고 ‘황제 입원’이란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만나 “응급실로 이송됐을 당시 일반 병동에 빈 자리가 없어 병원 자체 판단으로 일단 VIP 병동에 입원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칫 단식의 진정성을 훼손시킬 수 있어 VIP 병동 입원 사실을 알자마자 즉각 일반 병동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황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자리를 비운 청와대 사랑채 앞 농성 텐트에는 한국당 정미경 신보라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1시경 바로 들어가 앉아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정 최고위원은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마음으로 자유대한민국을 파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끝까지 결사 반대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황 대표 단식에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는 청와대를 향해 ‘야만의 정치’라 비판하고 동조 릴레이 단식을 독려하는 등 강경 투쟁론을 쏟아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단식은 끝난 게 아니다.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야당을 증오와 멸시의 대상으로 여기고 사람 목숨에도 아랑곳 않는 비정하고 독한 정권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표를 모으면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이제라도 협상에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사람끼리 협상하는 건데 못 할 게 없다. 다양한 협상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고리로 한다면 선거법도 협상을 통해 해결이 잘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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