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무산 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 열어
"공수처, 선거법에 왜 민식이가 나와야 하나"
"아이들 생명 지켜달라는 데 왜 정치적 이용"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 누가 하고 있나"
“이게 대한민국 정치 현실입니까. 이 나라가 진짜 싫습니다”
29일 오후 국회 정론관 연단에 선 ‘태호아빠’ 김장회씨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함께 있던 해인이, 하준이, 민식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함께 흐느꼈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요구로 사실상 본회의가 무산된 이날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국회를 찾았다. 본회의가 열리지 않음에 따라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해인이법(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본회의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가장 우선으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부모들은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을 정치협상에 이용하지 말라며 나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고(故) 김태호군의 어머니 이소현씨는 “왜 여야 간 협상이 안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선거법(개정안)에 왜 민식이, 해인이, 하준이 이야기가 나와야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달라는 부모의 목소리가 왜 정치적으로 이용돼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호군의 아버지 김장회씨는 ‘“아내가 (지난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유한국당 이채익 간사에게) 어머님들과 함께 무릎을 꿇었을 때 그만하고 싶었다. 비굴했다. (그래도) 아이들 법을 하나라도 (통과)되면, 아이들을 위한 거니 참았다”며 “그런데 저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너무너무 화가 난다. 민식이법 하나 해달라는 게 그렇게 어렵나”고 울먹였다.
고 이해인양의 아버지 이은철씨도 “지금 여기있는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를 살려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제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최하준군의 어머니 고유미씨는 “여기까지 온 게 국회의원의 선의에 의한,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께서 사실을 말해줬다”며 “정말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는 누가하고 계신지 얼굴 좀 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고 김민식군의 어머니 박초희씨는 “우리 아이들을 이용하지 말아라.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을 내준 게 아니다”라며 “우리 아이들 협상카드로 쓰지 말아라.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민식 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그 질문에 대해서는 거꾸로 나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다”며 “저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어봐달라”고 말했다. 어머니 박초씨는 “그 답은 나 원내대표가 갖고 있다”며 “저희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전날 국회 행안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해인이법을 의결했다. 지난 27일에는 민식이법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두 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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