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하명수사 의혹 파문]서초署 압수수색… 유서도 가져가
텔레그램 대화내용 등 복원 나서
‘靑특감반원의 직권남용 혐의’ 영장 피의자-죄명란에 명시
경찰 내부선 압수수색 반발… “강압수사 내용 있을까 가져간 것”
검찰이 이른바 ‘백원우팀’ 수사관 A 씨(48)가 최근까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2일 경찰로부터 압수했다. A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이 A 씨의 사망 현장에서 확보한 유류품을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가져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2일 오후 3시 20분경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 보관돼 있던 A 씨의 휴대전화와 유서, 지갑 등을 압수했다.
A 씨는 지난해 초 당시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울산에 내려가 김 전 시장과 관련한 경찰 수사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서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다. A 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은 오피스텔에서 수거한 휴대전화와 유서를 보관하고 있었다.
검찰이 A 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와 관련한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경찰에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의 피의자·죄명란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A 씨의 휴대전화를 청와대 특감반의 석연치 않은 활동 내용을 규명할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해당 휴대전화 단말기를 최근까지 교체하지 않고 오랜 기간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휴대전화에는 그가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청와대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나 음성 녹음 등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이를 삭제했더라도 복원할 수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감반원을 포함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내밀한 통화를 할 땐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에서 비밀대화방을 연 뒤 ‘전화 걸기’ 기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복원하면 일반 통신기록 조회로는 확인하지 못하는 통화 기록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검찰이 A 씨가 숨진 지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도 휴대전화가 증거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상 변사자의 경우 타살 혐의점이 없으면 유류품은 시신과 함께 유가족에게 인도되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A 씨에게는 특이 외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검찰은 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원 및 분석)할 예정이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휴대전화 기종은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아이폰이다. 아이폰 최신 기종의 잠금을 풀려면 특수한 포렌식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도 A 씨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유가족에게 돌려주기 전 포렌식할 계획이었는데, 검찰이 사전 협의도 없이 이를 압수한 데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증거 강탈’과 다름없다”며 “검찰이 A 씨의 휴대전화에 ‘경찰이 봐서는 안 될’ 강압 수사 등의 내용이 담겨 있을까봐 부랴부랴 가져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선거를 앞둔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가 된 사안인 만큼 주요 증거물인 고인의 휴대전화 등을 신속하게 보전하여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문 없이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구특교·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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