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색시가 中화장품 받으면 ‘고생문 열렸다’…한국 화장품 받으면?[송홍근 기자의 언박싱 평양]<7>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9일 14시 00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화장품에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2017년 10월 평양화장품공장, 2018년 7월 신의주화장품공장을 시찰했습니다. 평양화장품공장에서 김정은은 이렇게 말합니다.

“화장품의 가지 수도 많고 질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용기의 모양은 물론 포장 곽도 참 곱다. 아름다워지려는 여성들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게 됐다.”

김정은은 2015년만 해도 북한 화장품이 못마땅했나 봅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김정은은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도 그대로인데, 국산 화장품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가 된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의 질타와 독려 덕분인지 북한 화장품이 일신했습니다. “샤넬을 넘어서라” “세계 유명 브랜드와 경쟁하라”는 주문도 내려왔다고 합니다.

‘언박싱평양’ 7화 주제는 북한 화장품입니다. 인턴들과 함께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만든 ‘봄향기’를 언박싱해 직접 발라봅니다. 흥미진진한 리뷰와 사용후기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확인해 보세요.


봄향기는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만든 ‘은하수’와 함께 북한에서 최고급 제품으로 통합니다. 개성고려인삼 추출물을 비롯한 한방 약재가 함유됐다고 선전합니다. 김정은 지시로 용기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예전보다 한결 세련돼 보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렇듯 북한산 화장품이 일신하고 있으나 북한 상류층 사이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인기입니다. 평양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한글 상표를 지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LG생활건강 ‘후’가 장마당에서 버젓이 팔립니다.

설화수의 한자 ‘雪花秀’와 한글 ‘탄력크림’을 긁어서 지운 뒤 ‘Sulwhasoo’라는 영문자만 남겨 판매합니다. 후는 한자 ‘后’를 지우고 ‘The History of’만 납깁니다. 한글을 지우는 건 한국 제품을 써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글을 지워 판매하기에 단속에 걸려도 몰랐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한자를 지우는 것은 중국산 화장품이 저질로 소문나서입니다.

설화수와 후는 북한에서 접대용이나 뇌물용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예물로 한국산 화장품을 받은 신부는 시집을 잘 갔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북한산을 받으면 ‘보통’, 중국산을 받으면 ‘고생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북한 국립민족예술단에서 무용수로 일하다 탈북한 최모 씨는 “한국산 한방화장품은 북한에서 ‘최고 중의 최고’ 대접을 받는다”면서 “북한 화장품 중에는 봄향기가 최고지만, 설화수나 후 같은 한국 화장품과는 품질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말합니다.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1~6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건희 신동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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