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본회의를 앞두고 오전까지 ‘전운’이 감돌던 여야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하루 이틀간 ‘휴전 협상’이라는 돌파구를 찾았다. 이날 오전 5선의 심재철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잠시나마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깜짝 휴전의 배경에는 가뜩이나 ‘최악의 국회’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20대 국회가 정기국회 회기 내에 내년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난 여론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종료일인 10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 간 이견이 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전부 철회하는 조건으로 정기국회 내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가 마련한 합의안을 강조하며 한국당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원내대표 교체 선거 중인 한국당을 향해 대화 가능성도 계속 열어뒀다. 이해찬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 같은 게임의 룰은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 최상”이라며 “최후 순간까지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며 선출되는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단으로 협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기류에 변화가 생긴 건 한국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에 각각 심재철, 김재원 의원이 뽑히면서다. 당내 계파색이 옅은 비주류로 통하지만 각종 의혹 파헤치기로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 있던 심 의원과 친박 성향의 전략통인 김 의원이 원내 지도부로 선출되면서 조금씩 협상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인사말에서 “여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에게 찾아가 오늘 당장 예산을 추진하려는 것을 스톱하라, 4+1은 안 된다. 다시 협의하자고 요구하겠다”고 했다.
문 의장은 이날 정오 3당 원내대표에게 ‘도시락 회동’을 제의하고 이 자리에 처음 참석한 심 원내대표를 향해 ‘동지’라고 칭하며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장은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조작 사건’ 당시 심 원내대표와 자신이 수감됐던 사실을 언급하며 “민주화 동지로 하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보다 (심 원내대표를) 더 빨리 만났다”고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이뤄진 휴전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당장 이날 오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강경투쟁을 요구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의총 이후 심 원내대표는 “(재가동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예산안 합의가 잘 안될 경우는 그때 가서 또 판단하겠다”고 했다. 필리버스터 철회에 앞서 한국당의 요구를 반영한 내년 예산안 합의를 선결 조건으로 내건 것. 이에 대해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총 이후 백브리핑에서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정기국회 종료 다음 날인 11일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라 협상이 틀어질 경우 11일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해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4+1 협의를 통해 (선거법) 단일안을 만드는 건 계속해서 진행한다”며 “(3당 교섭단체 합의는)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예산안 합의 처리를 시도하는 것이지, (4+1 협의를) 무위로 돌리는 과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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