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한국 진보의 직접민주주의는 전체주의와 동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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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총의에 모든 인민 복종 강제… 진보 도덕 파탄탓 민주주의 위기”

“한국의 진보파가 이해하는 직접민주주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뿐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 체제다.”

진보 정치학계의 대표적 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사진)는 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9주년 학술회의’ 기조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화를 주도했던 운동세력들의 다수가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의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 뒤 “운동권 학생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계급’이 됐다”고 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 같은 경향이 전체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원적 통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 대신 직접민주주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모든 인민을 다수 인민의 ‘총의(總意)’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틀은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체제”라는 것.

최 명예교수는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독일 정치철학자인 카를 슈미트의 정치관이 유사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진보 대 보수, 개혁 대 수구 등 확실한 구분과 치열한 투쟁, 권력 쟁취를 지향하는 (조 전 장관의) 경향이 슈미트와 접맥된다”고 했다. 슈미트는 독일 나치의 전체주의적 국가관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학자 중 한 명이다.

최 명예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진영의 정치학자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두고는 ‘관제(官製) 민족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진보#최장집#민주주의#전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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