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12일 서울 종로 지역의 내년 총선 구도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의 새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이 가시화되면서 정 의원의 지역구인 종로 지역을 둘러싼 상황도 급변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거물 정치인들을 연거푸 배출한 곳이다. 1996년 열린 15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에 깃발을 꽂았고, 2년 뒤 이 전 대통령의 의원직 상실로 열린 보궐선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정 의원도 고향인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4선을 한 뒤 종로로 옮겨 두 차례 당선됐고, 이를 발판으로 국회의장을 거쳐 총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한국당 홍사덕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종로에 출사표를 낸 적이 있고, 지난달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종로 출마를 검토했었다.
정 의원이 입각한다면 무주공산이 되는 종로에 도전할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들도 여야의 차기 대권 주자들이다. 현 시점에서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총리가, 자유한국당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 2위를 지키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종로에서 대선 전초전이 열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역 표심도 보수, 진보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지 않다. 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창신동 숭인동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평창동 청운효자동 지역은 한국당 지지세가 강하다”며 “재개발 뒤 아파트가 들어선 돈암동 교남동 지역의 선택이 종로의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치적 상징성만큼이나 불확실성도 큰 종로 공천을 두고 여야 모두 고심하고 있다. 이 총리와 황 대표가 격돌할 경우 패하는 쪽의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과, 두 사람 모두 당내에서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를 택해 전국 선거를 총괄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당에서 대구 출마를 접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종로 출마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여당 중진 의원은 “이 총리와 황 대표가 맞붙는다면 승자에게는 곧바로 차기 대권 가도가 열리겠지만 패자는 대권 구도에서 급격히 밀려나게 될 것”이라며 “여야가 상대방의 상황을 지켜보는 수 싸움을 벌인 뒤에야 종로 공천을 확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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