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범여권의 자중지란으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여야 ‘4+1’ 협의체 내 선거법 조정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거듭되는 개혁 후퇴”라며 맞받았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이끌어왔던 4+1 협의체가 사분오열되자 각자 당리당략과 ‘밥그릇 사수’에만 빠져 있다 정작 자유한국당과의 최종 협상안조차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4+1 협의체는 주말인 15일에도 13일 마련된 잠정 합의안을 토대로 원내대표급 협상을 진행했다. 최대 쟁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의 최대치(연동형 캡)였다. 이미 합의된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연동률 50%’ 안에서 민주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30석만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은 연동형 캡 도입 반대 또는 35석까지 늘리는 안을 고수했다. 석패율제 적용 관련해서도 야3당은 전국 단위로 9석까지 늘리는 방안을 주장했다.
협상에 진척이 없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4+1 협의체 안에서 논의돼 왔던 선거법 협의 추진 중단을 돌연 선언했다. 4+1 협의체 합의가 어려우면 패스트트랙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표의 대표성 확대’라는 원안의 명분은 사라지고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치고 있는 협상 과정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의석수 비중이 줄어들 게 분명한 선거법 개정에 대해 끊임없이 양보를 요구하는 정의당 등 야3당의 전략에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보다 (선거법 개정에 따른) 이해관계가 더 절박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정의당 등을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도 “원칙적으로 강하게 하라”는 취지로 협상 중단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민주당은 이날 작심하고 4+1 협의체 내 다른 정치세력도 비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각 당이 지나치게 당리당략 차원에서 논의하고 일부 정당은 협의 파트너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존중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홍 대변인은 이어 정의당을 겨냥해 “그 정당의 ‘안’은 몇몇 중진의원을 살리기 위한 집착과 함께 일종의 ‘개혁 알박기’ 비슷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른 정당과의 이해관계에서 합의에 이르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을 겨냥해서도 “특정 지역의 지역구가 줄어서는 안 된다 등 여러 이유로 원안이 훼손되면서 당초 취지에서 후퇴했다. 중진들, 지역구에 도전하는 자기들 의원 구하기를 위한 석패율제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거듭되는 개혁 후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한 것을 ‘개혁 알박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맞섰다. 이어 “정의당에는 선거법 개정으로 보호해야 할 중진이 없다. 중진을 살린다는 게 어느 정당을 말하는지 몰라도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협상 중단을 선언했지만 4+1 협의체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많다. “협의의 문은 계속 열려 있다”(홍익표 수석대변인)는 것이다.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16일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본희의 상정 가능성을 공언한 만큼 극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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