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대북 제재 완화해야”…힘 받는 北 ‘새로운 길’, 꼬이는 한미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7일 15시 26분


중러, 유엔 대북 제재 일부 해제 위한 결의안 제안
철도·도로, 北 노동자 본국 송환 제재 풀라는 내용
박병광 "중국 대북 영향력 유지 위해 유엔에 제안"
김정은 중국 방문과 최선희 부상 방러 결과 추정
美, 英 등 반대 의사 분명해 결의안 통과는 불투명

중국과 러시아가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자고 주장하면서 북한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가 한층 선명해졌고, 북한이 천명한 ‘새로운 길’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려던 우리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16일 유엔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골자로 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제안했다. 결의안에는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송환시키도록 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둘러싸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중국의 의지가 강해 보인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7일 열린 ‘2020 아산 국제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중시한다. 셈법이 안 나오면 북한이 도발로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고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할 필요가 있었다”며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어떤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으로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후방 지원은 반가운 일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끝내고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다. 나아가 대북 제재까지 해제된다면 북한으로선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북 제재 해제 제안은) 북한이나 중러 모두 손해가 될 일이 없다”며 “국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미국의 제재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제안은 북한의 제안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박병광 위원은 “(중·러의 이번 제안은) 김정은의 수차례 중국 방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러시아 방문 등 외교적 경로를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제안은 유엔 안보리에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 성과가 있을 때까지는 제재 완화나 해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영국과 프랑스 역시 대북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의안의 안보리 통과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이사국 15개국 중 9개국이 찬성해야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제안에 동의할 국가는 많지 않다. 또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결의안은 부결된다.

미국은 이미 중·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지금은 유엔 안보리가 섣부른 제재 완화 제안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며 “북한은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만남을 거부하고, 금지된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향상시키면서 고조된 도발을 행하겠다고 위협해왔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 역시 중·러의 제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공조를 강화하면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어내려 애쓰고 있는 우리 정부가 섣불리 이 틀을 깨고 새로운 접근법을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고 비핵화를 촉진하겠다는 중·러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한·미 공조를 하고 있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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