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李총리 이젠 자신의 정치 할 수 있도록 놓아드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8일 03시 00분


총선 간판으로 黨복귀하는 이낙연… 당내, 종로에 도전장 낼지 관심
李 “당의 생각 있을 것” 말아껴… 이해찬 대표와 선대위원장 맡을듯
일각 “출마보단 선거 지원에 방점”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발표하며 이낙연 총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교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며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다”고 그간 노고를 치하했다. 2년 7개월 동안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0%를 넘는 지지율로 장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당내 일각에서 총선 역할론이 나오고 있는 이 총리를 계속 내각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이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한 것도 이 총리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스스로 정치적 영역을 확장하길 기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차기 총리 발표 시점도 이 총리와 상의해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발표하며 이 총리를 예우하면서 ‘문재인의 사람’이라는 도장을 확실하게 찍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직후 제게 말씀해 주셨다”며 “대통령께서 ‘내일 직접 발표하겠다’는 말과 함께 ‘총리님도 이제 자기의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것이 경찰 용어로 ‘훈방(訓放·훈계하고 풀어줌)한다’는 표현”이라며 “국민과 대통령께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크다”고 화답했다.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당의 생각도 있어야 될 것이고, 후임 총리님의 임명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을 조금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 이 총리 측근 그룹에서는 “아직 당에서 이 총리의 역할에 대해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선 이 총리가 정세균 후보자 지명으로 자리가 빈 서울 종로에 나설지 아니면 비례대표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 지원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일각에선 정 후보자 인사 청문 절차가 끝나기 전이라도 이 총리가 사퇴한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대행을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총리가 어디로 나서든 이해찬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당 관계자는 “이 총리가 총선 출마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 운동 등을 통해 자기 세력을 형성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총선 승리 전략을 고민하며 회의를 주재하고 이 총리는 유세장을 돌아다니며 당 얼굴 역할을 하면서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 총리가 얼마나 자기 세력을 만드느냐가 향후 대선 가도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편 정 후보자 지명으로 집권 후반기를 위한 내각 개편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에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대통령은 언제든지 보낸다는 생각”이라며 총선용 개각 가능성을 내비쳤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총리#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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