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지명]고교때 매점서 빵 팔며 학비 벌어
盧정부때 산자부 장관 지내… 2012년 대선경선 文대통령과 경쟁
서울 종로 현역 의원인 정세균 총리 후보자(69)는 최근까지도 조찬 모임이 없는 날이면 매일 오전 6시 인왕산을 오르며 지역 구민들과 ‘밀착 스킨십’을 해왔다. 지역 구민들 사이에선 “종로 바닥에 세 명만 모여도 정세균이 있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 정도로 지역구에 애착을 보였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 후보자는 전주 신흥고와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말끔한 외모와 달리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시절 학교 매점에서 빵을 팔아 학자금을 벌었다. 그는 “친구들은 매점에서 빵을 파는 ‘빵돌이’라고 놀렸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는 빵돌이를 하면서도 학생회장에 출마해 당선됐고 고려대에서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대학 졸업 후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17년간 미국 주재원과 상무이사 등을 거치며 기업 현장 경험을 쌓았다. 노무현 정부에선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경제통’ 정치인이라는 점 외에 그의 오랜 정치 경력과 특유의 온화한 인품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열린우리당 의장·원내대표 및 민주당 대표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등을 역임하며 야당과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왔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백두진 정일권 전 국무총리에 이어 입법부 수반인 국회의장과 행정부 수반인 국무총리를 모두 거친 사상 세 번째 주인공이 된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과 대화했고 나 자신도 깊은 성찰을 통해, 국민에게 힘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수락했다”고 했다.
정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되면 문재인 대통령과 어떤 호흡을 보일지에도 정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 사람은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인 사이다. 결국 민심에서 앞선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정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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