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중인 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 미국은 50억달러에 가까운 수준으로 알려진 최초의 총액 요구는 낮추면서도 협상 틀을 조정해 분담금을 최대한 인상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SMA의 틀을 유지하면서 최대로 올릴 수 있는 분담금의 한도는 20억달러(약 2조328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감안할 때 2배 이상 증액을 위해선 SMA 틀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금협상대표는 전날(18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가진 외교부 기자단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합의에 도달했을 때, 액수는 최초의 제안과 다를 것”이라며 “(50억달러는) 오늘 협상에서 우리가 요구한 수치가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제 11차 SMA 협상 5차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 임한 드하트 대표는 그러면서 기존 SMA 틀로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더 큰 비용(larger set of costs)”이 있다면서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을 언급했다. 이어 순환배치엔 임시 배치(temporary deployments)와 훈련과 장비, 수송 등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미 육군은 2014년부터 한국에 1~3년 기간의 상주 전방배치와 미 본토에 주둔한 미 육군 여단을 전투여단으로 재편해 9~10개월씩 순환배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이며, 순환배치 규모는 약 6000명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하트 대표는 순환배치에는 현재 SMA 비용보다 더 많이 돈이 들어간다고 밝혔지만 상주 배치와 순환 배치 간 차액은 그리 큰 것이 아니어서 억지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8월 미 육군대학 전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1개 전투여단의 9개월 상주 배치 비용은 3억8000만달러, 순환배치 비용은 4억7000만달러다.
이 때문에 드하드 대표가 언급한 “임시 배치(temporary deployments)”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언급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로 한국이 “10억달러(를 지불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사드와 관련, 한국은 부지를 제공하고 전개비용과 운영유지비는 미국이 맡고 있다.
아울러 드하트 대표는 미군이 제공하는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ies)” 제공 비용도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완전력은 일반적으로 전략 정보와 정찰 및 감시 전력 등을 의미한다. 미국은 한국의 전작권 전환 완료 때까지 ‘보완전력’을 지속 제공한다는 점을 매년 약속해왔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마크 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지속능력 제공과 함께 대한민국이 방위역량을 갖출 때까지 보완능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한 뒤 이를 다른 동맹국과의 협상에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내년부터 일본과 독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도 방위비분담 협상을 시작한다.
드하트 대표는 “분담 문제는 단순히 한국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세계의 동맹국들과 공평하고 공정한 분담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많은 정부들과 이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전날 회의 뒤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측은 SMA 틀 내에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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