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왜 석패율 반대할까…접전지 패배 우려? 정의당 견제?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19일 16시 23분


정동영 민주평화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지난 1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합의안 마련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자 이날 야3+1 대표들이 회동을 했다. 2019.12.18 /뉴스1 © News1
정동영 민주평화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지난 1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합의안 마련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자 이날 야3+1 대표들이 회동을 했다. 2019.12.18 /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지만,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는 한강이 흐른다. 그 사실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상을 지켜본 한 관계자의 말이다. 석패율제가 협상의 뇌관으로 떠오른 이면에 진보정당인 민주당과 정의당의 ‘불편한 동행’이 있다는 것이다.

전날 3+1 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도출한 선거법 개정 합의안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석패율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터져나오며 하루도 안돼 무산됐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이 원안에 비해 줄어든 상황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할 경우, 여성·장애인 등과 다양한 직능별 후보의 정치 입문 기회가 사라질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 오히려 정치신인 진출을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치권은 민주당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석패율제에 찬성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 원안에 권역별로 2명씩, 최대 12명에게 석패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난 13일 민주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의 잠정합의안에도 권역별 1명씩, 최대 6명에게 석패율을 적용하는 수정이 담겼었다. 한 군소정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합의한 석패율제를 이제 와서 뒤집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석패율제 반대 기조 뒤에 내년 총선 셈법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의당은 앞서 석패율제 도입을 고려해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의총에서는 일부 접전지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후보가 경쟁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표가 나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낮아지는만큼 지난 총선에서 근소한 표차로 당선된 민주당 의원들의 재선을 장담할 수 없고, 어부지리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석패율제가 갖는 한계도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지금 석패율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석패’(惜敗·약간의 차이로 아깝게 지다)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구 석패율제를 적용할 경우 전국에서 가장 아깝게 떨어진 사람이 구제되고, 이 경우 정치신인보다 중진이 구제될 가능성이 높다”며 “권역별 석패율제는 2등이나 3등도 아닌, 4등이나 꼴찌가 의원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에서 최대한 많은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를 확보해 ‘수권 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정의당의 각오도 우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새로운 선거법이 내년 총선부터 적용될 경우 21대 국회에서 교섭단체까지 넘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총선을 준비해 왔다. 복수의 지역위원장 외에 비례대표들까지 일찌감치 출마지역을 정해 표밭을 다져온 것이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교섭단체가 되면 모든 상임위원회에 간사를 두게 돼, 정책적 영향력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민주당과 정의당의 속내가 엇갈리면서 4+1 협의체의 선거법 추가 협상은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그러나 향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공조 관계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이 강경한 대여투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선 예산부수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법안, 내달쯤으로 예상되는 신임 총리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3+1 야당과의 공조를 유지해야 해서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군소정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은 향후 정국을 위해 야 3당의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라며 “만약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민주당에 엄청난 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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