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전격 개최한 건 조만간 열릴 당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에서 군사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겠다는 사전 신호로 풀이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움직임이 동창리 발사장에 이어 평안남도 평성의 트럭공장에서도 포착되면서 미국 역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 ‘군사 메시지’ 조율 위한 막바지 단계인 듯
조선중앙통신은 22일 “(확대회의에서) 나라의 전반적 무장력에 대한 당의 영도를 더욱 철저히 실현하고 담보하기 위한 조직기구적인 대책들이 토의 결정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국방 관련 조치와 평가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회의의 핵심은 ‘자위적 국방력’ 언급과 군 조직 개편 등 크게 2가지.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사용하는 자위적 국방력이라는 표현은 통상 핵 무력 완성을 의미한다”며 “이는 핵무기 실전 배치가 임박했으며 곧 ‘새로운 길’을 통해 핵무기 실전 배치 의지를 표명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자위적 국방력과 관련한 결정이 전원회의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전략 전술무기를 시험, 개발하겠다는 의지나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이날 당 중앙군사위의 결정 내용을 포함해 일자나 장소, 참석 인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았다. “확대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 일부 위원을 소환, 보선했다”고 전하면서도 새롭게 구성된 군사위 위원들을 열거하지 않았다. 회의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살펴보면 약 80명의 군 관련 인사가 참석했으며, 김 위원장이 1월 1일 ‘새로운 길’을 언급한 신년사를 발표했던 노동당 본관 1층에서 개최된 것으로 추정된다. 회의 사진과 영상을 분석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내각과 당 간부들의 비중이 축소됐는데 이는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와 관련해 중요한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도발에 대응하는 미국
북한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 워싱턴 조야에선 연말 도발과 관련한 추가 징후 분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21일(현지 시간) 평성 ‘3월 16일 공장’에서의 새 구조물 건축을 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 발사하는 트럭을 만드는 이 장소에서 구조물 증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북한이 미사일 역량을 장기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크리스마스 전후를 겨냥한 북한의 도발 감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22일 미사일 감시 정찰기인 리벳조인트(RC-135W) 1대가 한반도 상공 약 9.4km에서 비행했다. 에어크래프트스폿은 “통상 주말엔 (정찰을) 하지 않는다. (이번 비행은) 특이한 시기(odd timing)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고위 외교당국자들과 군 지휘관들은 아마도 가장 심각한 위기의 사이클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연말 시한이 다 됐다고 해서 대화판을 걷어차기보다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입장을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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