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전(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낮 12시 25분까지 55분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했다. 당초 예정했던 30분보다 25분 길어졌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우리 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모처럼 얻은 기회가 결실로 이어지도록 더욱 긴밀히 협력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와 관련해 “올해 한중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많은 성과와 변화들이 있었다”며 “한중 간 교류가 활기를 되찾아 양국 교역이 2000억 불을 넘어섰고 8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이웃처럼 양국을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중국의 꿈이 한국에 기회가 되듯이 한국의 꿈 역시 중국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멀어진 한중 관계 회복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주석님과 내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한국의 신남방·신북방정책 간의 연계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이후 최근 구체적 협력방안을 담은 공동보고서가 채택됐다”며 “이를 토대로 제3국에 공동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협력 사업들이 조속히 실행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내년 가까운 시일 내에 주석님을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한다”고 시 주석의 내년 조기 방한을 공식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맹자는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고 했다”며 “한중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천시와 지리를 갖췄으니 인화만 더해진다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한중 양국은 아시아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는 나라”라며 “우리는 양자관계가 보다 더 좋은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실현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소개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며 “현재 세계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대해 우리는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발전시켜서 양국의 공동된 이익을 수호하고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방문은 대통령님이 두 번째 중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한중 관계가 발전하고 한중일 3국의 협력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나는 대통령님과 함께 양자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두 정상은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교착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집중 논의를 이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또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따른 양국 갈등 및 중국의 비공식적 한한령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6번째이자,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 계기 회담에 이어 6개월 만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우리 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주중국대사,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박철민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 최종건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 김건 외교부 차관보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추궈홍 주한대사,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양제츠 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업무위원회 판공실 주임, 왕이 외교부장, 중산 상무부장, 뤄자오후이 외교부 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 이어 오찬을 가진 뒤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쓰촨성 청두로 이동해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 및 만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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