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의 구속영장에 기재한 혐의는 장관직 사퇴의 단초가 된 가족 비리가 아닌 본인의 직무상 위법 행위였다. 2017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올 10월 30일 관련 업체 압수수색으로 강제수사에 나선 지 54일 만에 조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올 8월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불거진 가족 비리 수사, 올 10월 장관직 사퇴 이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감찰 무마로 5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조 전 장관은 청와대의 지난해 지방선거 개입 의혹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 “우병우 직무유기보다 조국 직권남용이 더 심각”
조 전 장관을 마지막으로 조사한 18일 이후 닷새 만에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영장청구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조 전 장관이 지휘하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가 재량권을 넘은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무적 책임이나 판단’이라는 조 전 장관과 청와대 측 해명과는 상반된 것이다.
2017년 10월 유 전 부시장이 감찰을 받을 당시 직책이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검찰로 따지면 ‘서울중앙지검장’ 또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준하는 핵심 요직이었다. 청와대 특감반은 금융위 실세인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아 금품 수수의 구체적 단서까지 확보했지만 조 전 장관이 돌연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
검찰은 금융위가 유 전 부시장의 사표 수리 후 국회 전문위원으로 추천한 배경에도 조 전 장관과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의뢰는커녕 징계도 못 하도록 사표를 받게 한 것을 넘어 후속 인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르·K스포츠재단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별문제 없다며 감찰하지 않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법원은 직무유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했다. 법조계에선 ‘해야 할 일을 안 한’ 우 전 수석보다 ‘진행 중인 일을 강제 중단시킨’ 조 전 장관의 혐의가 더 무겁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가족 비리로 곧 기소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 윗선을 밝히기 위해서는 조 전 장관의 신병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가족 비리 수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던 조 전 장관은 감찰 무마조사에서는 “참여정부 인사들로부터의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요청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통해 들어와 이를 논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전 장관이 세 차례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가족 비리로는 영장청구 대신 연내에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녀의 입시 부정, 사모펀드 불법 투자 혐의 등으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수감 중이어서 관행상 같은 범죄로 ‘부부 구속’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으로 조 전 장관이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 靑 “일일이 검찰 허락받아야 하나” 불쾌감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영장청구 사실을 공개한 지 약 3시간 만에 윤도한 대통령국민수석은 “청와대가 (감찰 무마라는) 정무적 판단을 일일이 검찰에 허락받고 일하는 기관은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어 “당시 민정수석실은 수사권이 없어서 유 전 부시장 본인의 동의하에서만 감찰 조사를 할 수 있었고, 본인이 조사를 거부해 당시 확인된 비위 혐의를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영장청구 당일에 청와대가 법원과 수사팀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냐” “청와대가 (조 전 장관을) 연대보증하고 있느냐”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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