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을 다시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한국이 계속해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 위협을 이어가며 북-미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추진하는 대북제재 완화 유엔 결의안 등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 문 대통령도 “한중은 공동운명체”라며 시 주석의 말에 공감했다. 북한을 다시 대화 무대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화책이 필요하다는 데 한중 정상이 의견을 모은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대북제재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시진핑 “한반도 문제에서 입장 일치해”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2시간 15분 동안 회담과 업무오찬을 한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시 주석은 “중한(한중)은 모두 한반도 평화 안정 수호를 견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장하며, 이는 안정을 수호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확고한 역량”이라고 밝혔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원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이날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앞서 중-러는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등의 내용이 담긴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회담에서)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에 대해 우리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며 “현재 한반도의 안보가 엄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이 북-미 간에 동시적, 병행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선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가 ‘병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청와대는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길’ 등 향후 구상 등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답변드릴 수 없다”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두 정상이 연말연시 북한의 움직임과 향후 비핵화 협상 재개 해법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은 문 대통령에 앞서 중국 측과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문 대통령, 사드發 경제 보복 해제 촉구
이날 문 대통령은 “내년 가까운 시일 내에 시 주석을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한을 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훼손된 양국 관계 복원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다. 문 대통령은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졌다”고도 했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 불거진 양국의 갈등과, 이로 인한 한한령(限韓令)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두 정상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한국의 신남방·신북방정책 간 연계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후 최근 구체적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 보고서가 채택됐다”며 “이를 토대로 제3국에 공동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협력 사업이 조속히 실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한중 관계와 관련해 “세계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직면해 중한(한중)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며 “서로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청두로 이동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회담 및 만찬을 가졌다. 2017년 12월 국빈방문 당시 8차례의 식사 중 2차례만 중국 측과 식사를 함께해 ‘혼밥’ 논란이 일었던 것과 달리 중국은 이번 문 대통령 방중에선 첫날 두 차례 식사에 중국 정부의 1, 2인자가 차례로 참석해 예우에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