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자유한국당이 23일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한 가운데, 첫 주자로 나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날짜를 넘겨 3시간59분 동안 토론을 이어갔다.
주 의원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직후 오후 9시 50분쯤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24일 오전 1시 49분에 토론을 종료했다.
주 의원은 이미 ‘장기전’에 대비한 듯 자료 뭉치를 한가득 들고 단상에 섰으며, 평소보다 차분하고 느릿느릿한 말투로 준비해 온 자료들을 읽으며 토론을 이어갔다.
발언 구절과 구절 사이마다 물을 들이키고 3시간25분이 넘어간 오전 1시 15분쯤에는 사탕을 먹는 등 ‘컨디션 유지’에 신경쓰는 모습도 보였다.
토론 초반에는 선거법 상정을 강행한 문희상 국회의장과 정부·여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이에 의석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한동안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주 의원은 “저는 문 대통령에게 퇴임 후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까이 모시다가 퇴임 이후 사고가 난 것을 보고 임기 후반이나 퇴임 이후에는 반드시 대통령이나 대통령 주변을 수사할 것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주 의원은 북핵 등 대북 문제, 탈원전, 복지 정책, 그리스 ‘좌파 정부’을 비롯한 국제 정세 등 국내외 다양한 현안과 정책들을 거론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주 의원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 문 의장에 대한 비판과 공수처 등 현안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자 여당 의원들은 ‘이게 선거법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다음 주자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것을 메모를 통해 전해 들은 주 의원은 이를 놓고도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지금 메모를 받았는데 한심하다”라며 “필리버스터 제도를 이렇게 왜곡하는가. (상정에 안건에) 찬성하는 분이 토론하는 이런 토론을 한다”고 반발했다.
또 문 의장을 향해서도 “문희상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며 “지금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 지도 모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 의원은 마지막으로 “단두대 만든 사람이 단두대에 죽었다. 내년 선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앞서 문 의장이 23일 오후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국회는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게 됐다.
문 의장은 이날 세번째 안건으로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 이후 나머지 20건의 예산부수법안 상정을 미룬채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상정, 의결한 후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당초 선거법 개정안은 이날 27번째 상정 예정된 안건이었다.
이날 본회의 개의부터 의장석을 둘러싸고 항의를 이어가던 한국당은 문 의장이 선거법을 전격 상정하자 더욱 거세게 반발했으며, 결국 주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주 의원이 토론을 마치자 김종민 의원이 1시 50분부터 찬성 토론을 시작했으며 김 의원 다음에는 권성동 한국당, 최인호 민주당, 지상욱 바른미래당, 전희경 한국당, 기동민 민주당, 이정미 정의당, 홍익표 민주당, 박대출 한국당,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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