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에 그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도발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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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언급한 '새로운 길' 충격적 내용 아닐 듯
연말 시한 지나면 도발 가능성 배제 못하지만
내년말 미 대선까지 상황보며 수위 조절할 수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운운하던 북한의 대미 경고가 허풍으로 끝났다. 북한은 25일까지 아무런 위협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달 들어 2차례 로켓 엔진 시험만 했을 뿐이다.

북한은 허풍을 쳤지만 미국은 허풍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첨단 정찰기를 대거 한반도 주변에 파견해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했다. 비행중이라는 항적 신호를 일부러 발신해 북한에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를 해가면서 말이다.

허풍에 그친 북한의 움직임을 두고 뒤늦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말그대로 위협용이었을 뿐이라며 연내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근거는 두가지다.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말을 시한으로 정했는데 북한 스스로 이를 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 그 하나다.

두번째는 박정천 총참모장이 지난 16일 ‘크리스마스 선물’ 허풍을 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해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박정천의 말대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자극한’ 미국의 언행이 있었다. 미국무부 차관이 북한 인권을 문제삼은 것을 두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21일 ”조미(북미)관계가 최대한 예민한 국면으로 치닫는 때 이런 악담질을 한 건 붙는 불에 기름 붓는 격“이라며 ”가뜩이나 긴장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더욱 격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운운하면서도 애시당초 크리스마스에 맞춘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연말시한’ 언급이 지켜질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럼 도발이 예상되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아니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다시 허풍에 그치지는 않을까?

도발한다면 가장 주목해야할 시점은 1월1일이 될 것이다. 연말시한이 끝난 직후인데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백두장군의 기개’를 과시하려고 최근 두차례나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삼지연의 ‘혁명 성지’들을 돌아보며 ‘대결전의 각오’를 다지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북한이 의도한 대로다. 대대적인 상징조작을 통해 큰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한 것이다.

현재의 정세가 급변하지 않는다면 새해 1월1일 발표하는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핵협상 완전중단과 핵무장 강화, 자력갱생 노선 천명 등 과거 노선으로 회귀하겠다고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에 더해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가지 않을 수 없게될 수도 있다“고 말한대로 ‘새로운 길’의 내용이 추가될 수 있다.

북한 관측통들은 대부분 ‘새로운 길’이 충격적인 것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용빼는 재주’를 부릴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내년 연말 미국 대선에서 판도를 흔들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하지만 소수 의견일 뿐이다.

다만 ‘새로운 길’을 알리는 방법은 충격적일 수 있다. 예컨대 고체연료를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달 30일 외무성 일본담당 부국장 담화에서 ”아베(일본 총리)는 진짜 탄도미사일이 무엇인가를 오래지 않아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협한 사실이 주목된다.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를 암시한 것이다.

이에 더해 충격효과의 극대화를 노린다면 한국 상공과 일본 상공을 동시에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 군당국을 향해 쏟아내고 있는 적대감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 열도를 동시에 통과하는 ICBM은 호주와 남미 대륙 사이의 태평양 바다에 떨어질 것이다. 그 궤적을 그대로 북쪽으로 이동시키면 바로 미국이다.

이 방식은 한미일을 동시에 겨냥하기에 ‘충격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그러나 충격효과가 큰 만큼 반작용도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는 만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것이 분명하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방패막이를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직접적인 대북 군사 압박을 촉발할 위험성이 크다.

이런 부담을 북한이 감수할 수 있을까. 북한 내부에 김정은에 대한 반발만 키우는 위험성마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은은 형 김정철과 이복 형 김정남을 제치고 ‘김씨 왕조’의 적자로 간택돼 최고영도자에 올랐다. 게다가 고모부와 주요 간부를 대거 처형하면서 권력을 강화한 간웅(奸雄)의 기질마저 발휘한 그다.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김정은이 비록 서른다섯의 혈기왕성한 청년일지라도 종합적인 상황 판단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북한은 내년에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가게 될 전망이다. ‘새로운 길’이 새로운 길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지를 지켜보면서 도발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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