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한반도 평화 구상’ 제목의 기고문에서 “행동에 행동으로 화답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가 이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의 화답을 요청하는 취지의 문 대통령의 언급은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북 제재 완화 추진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이번 기고는 157개국 508개 언론사를 회원으로 보유한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측이 세계 저명인사들의 2019년 회고 및 2020년 전망을 담은 특집 발간 계획과 함께 남북관계와 한반도 관련 구상·철학 등을 담은 대통령의 기고를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기고문은 10월 말 영문으로 전달됐다.
문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북한과 미국은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행인 것은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여전하고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다”며 “평화를 함께 만들어갈 상대가 있고 국제질서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의 실무협상과 3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동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만들어진 평화의 물결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까지 줄기차게 흐를 것”이라며 “남북한은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유치에 협력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국제사회가 호응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라 했던 간디의 말처럼 평화의 열망을 간직하면서 떠들썩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여기저기 찬성과 반대에 부딪히는 과정이 모두 평화”라며 “우리 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더라도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축구경기와 같다. 축구경기장의 시끌벅적함 속에 평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이루자’는 말을 꺼낸 순간 평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기다려서 평화가 온다면 좋겠지만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며 2년여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따른 한반도 긴장 완화 과정을 약술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행동이 계속되면 서로를 더 필요로 하게 되고 결국 평화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더 자주 평화를 얘기하고 평화로 가면서 서로의 생각을 모두 꺼내놓고 이것저것 행동해보면 좋겠다”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거듭 요청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化)’를 제안했던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을 다시 언급, “국제사회가 비무장지대에 묻혀있는 38만 발의 지뢰를 함께 제거하고 유엔 기구를 비롯해 국제기구가 비무장지대에 자리잡게 된다면 한반도에서 안전보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통한 ‘교량국가’ 포부에 대해서도 거듭 설명하면서 “한반도의 교량 역할은 우리 자신에게도, 동북아와 아세안에게도, 또 세계 전체의 평화적인 질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교량국가 계획으로 동북아시아철도공동체와 신북방정책·신남방정책을 언급하고는 “평화를 통해 한국이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라고 재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국제사회의 혜택을 많이 받은 나라”라며 “이제 한국은 발전한 만큼 책임의식을 갖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여하고자 한다. 평화경제는 함께 잘사는 세계를 향한 인류의 꿈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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