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판사 “조국, 법치주의 후퇴”…유죄 단정 표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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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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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판사 "조국, 국가기능 공정행사 저해"
유죄 단정한 표현…내용편집후 언론 전달
조국, 27일 새벽 구속영장 기각되자 귀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구속을 피했다.

그런데 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사유를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법치주의 후퇴’ 등 단정적인 문구를 사용했는데, 유죄를 예단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0시53분께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혐의는 소명된다고 판단했지만 “구속할 정도로 범죄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유를 밝혔다.

특히 영장기각 사유 전문에 따르면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혐의와 관련해 형사재판 판결문에나 쓸 법한 표현을 썼다.

권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유○○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며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이는 이날 새벽 출입기자단에 전해진 영장기각 사유에는 없던 내용이다. 법원이 이 부분을 지우고 기자단에 전한 것으로 보인다.

권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의 진술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에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이 있다”며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의 비위내용,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는 이뤄졌다. 피의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구속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주거가 일정하고 범죄혐의가 소명되는데도 피의자가 일부 범행경위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춰보면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권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명시한 것과 달리 정작 동부지법 공보관에게 요약문을 보낼 때는 “법치주의 후퇴”등이 단어를 빼고 보낸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지법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영장 기각사유는 공개되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경우가 많고 비공개가 원칙인 문서이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별도로 만들고 있다”며 “어제 배포된 자료도 권 부장판사가 직접 작성한 내용이고 보도자료 외 전문을 따로 공개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전날 서울동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오전 10시30분부터 4시간2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심사 전 법원에 도착해 “검찰의 첫 강제수사 이후 122일째 되는 날”이라며 “그 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검찰의 영장 청구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정에서 판사님께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거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심사가 종료된 오후 2시50분께 법정을 나와서는 취재진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다. 조 전 장관은 영장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했다.

검찰은 지난 23일 조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범죄사실로 청와대 특별감찰반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한 직권남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이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알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켰고,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유 전 부시장이 속해 있던 금융위원회에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정리하도록 한 것도 금융위를 상대로 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지난 16일 1차 검찰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감찰 중단 조치에 대한 최종 정무적 책임은 내게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적’이라는 표현에서 당시의 판단 착오였을 뿐, 법적인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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