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한국당·비례민주당 출현할까…파괴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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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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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7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개의를 막기위해 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선거법이 표결에 붙여질 예정이다. 2019.12.27/뉴스1 © News1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7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개의를 막기위해 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선거법이 표결에 붙여질 예정이다. 2019.12.27/뉴스1 © News1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가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4·15총선 판도의 핵심변수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등 거대정당의 ‘비례 위성정당’ 출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당은 4+1협의체가 자신들이 일관되게 반대해 온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 강행 수순에 들어가자 ‘비례한국당’ 창당 계획을 공식화했다.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며 정치권에서 하나의 ‘가설’ 정도로 여겨졌던 비례대표 선거만을 위한 비례 위성정당의 출현 또한 현실화되는 조짐이다.

한국당은 비례정당 창당이 꼼수라는 상대 정당 등의 비판에도 “선거법 개정 꼼수에 대한 ‘묘수’일 뿐”이라고 반박하며 명분쌓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실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시작한 이유는 비례정당의 창당 법적·절차적으로 추진 불가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선관위가 어떤 정당의 창당을 허가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정당법에 따른 요건을 갖추기만 한다면 위성정당이라도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제8조에 따른 것이다. 현행 정당법상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 위해선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정당 명칭, 사무소 소재지 등을 신고하면 된다.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진 전국 5개 이상 시·도당 설립 등의 요건도 필요하다.

현실적 장애물로 지목되는 선거운동과 정치자금 조달의 한계도 현재 법규정을 절묘하게 이용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현행 선거법은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당 후보들은 비례한국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펼칠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보완책인 황교안 대표 등 간판급 인사들이나 불출마 현역 의원 등이 비례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경우 사실상 ‘한국당=비례한국당’이라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현행 선거법에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함에 있어서 그 일부가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이른 경우’라는 예외 단서를 두고 있다. ‘일부’ 선거운동에 한해선 비례정당 등 다른 당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단 뜻이다.

기존 정당이 후원금 등의 형태로 비례정당을 지원하더라도 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 정치자금법 14조는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 방법으로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비례정당 등 다른 당으로 후원금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현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비례정당 설립 후 여론의 향방 등 파급력에 대한 계산과 판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계에서는 비례한국당의 출현으로 한국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하거나 원내 1당으로 올라서는 ‘반전’을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가 맞물리는 연동형 비례제에서는 지역구 당선자수가 많을 가능성이 높은 한국당 입장에선 비례 의석에서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한국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당선이 되고, 비례한국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거나 당선자 없이 정당투표에서 현재 한국당과 비슷한 수준의 득표를 기록한다면 그만큼 비례 의석을 많이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단순 공식상으로는 따질 수 없는, 무엇보다 여론의 향방이라는 중대 변수가 남아 있다. 비례정당 창당을 두고 ‘꼼수’라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중도층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큰 수도권 지역구에서 역풍에 직면하며 ‘소탐대실’을 자초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또한 민심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비례민주당’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비례민주당의 실현 가능성 또한 여론의 향방 등 파급력과 실효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비례정당의 출현가능성과 민심의 향방, 이에 따른 파급력 등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비례정당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전혀 타당성이 없는 꼼수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당 입장에서는 중도층 이탈 등으로 선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여론이 계속 불리한 방향으로 가면 한국당이 비례정당 창당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민주당은 한국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더라도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정치에서는 서로간의 신뢰, 합의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선거법 개정을 위해 공조했던 민주당에겐 이러한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꼼수로 보일 수는 있지만 한국당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파한다면 국민들도 납득할 것”이라며 “예전 보수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내세운 ‘야권연대’처럼 지역구-비례 공조체제는 파급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황 평론가는 “한국당이 비례정당 창당을 추진한다면 민주당 또한 비례민주당 창당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실 정치에선 신뢰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명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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