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석 몸싸움-인간 장벽-병원 이송… 재연된 ‘동물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8일 03시 00분


[선거법 국회 통과]아수라장 된 국회 본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된 27일 국회는 선진화법 도입 전의 ‘동물국회’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의장석에 앉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본회의가 1시간 이상 지연되며 선진화법 도입 이후 본회의장에서 가장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가까스로 개의한 본회의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한국당 반발 속 5분 만에 선거법 처리

“재석 167명 중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 수정안의 가결을 선포합니다.”

문 의장은 선거법 개정안 상정 5분 만에 속전속결로 표결을 마치고 가결을 선포했다. 여야가 올 4월 패스트트랙 대전(大戰)을 시작한 지 약 9개월 만에 첫 번째 법안이 통과된 것. 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석 주변을 에워싸고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9명과 무소속 이정현 의원 등 10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이 기권했다. 한국당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신청해 이를 두고 표결 방식에 대해 찬반 투표를 했으나 부결돼 투표는 기명으로 이뤄졌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의장석 앞에서 “민주주의는 죽었다” “이완용 (같은) 문희상”이라고 소리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독재가 시작됐다’ 등이 적힌 종이를 문 의장을 향해 수차례 집어던졌다. 문 의장은 항의하는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지친 표정으로 “문희상이 이미 죽었다. 허깨비만 남고 알맹이는 다 없어졌다”고도 했다.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이후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허리 통증을 호소해 119 구급대에 이송됐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이 우습냐”고 소리를 질렀고,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우리를 다 잡아가라”고 응수했다. 의장석 점거와 회의 방해 금지 관련 처벌을 규정한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몸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4월 패스트트랙 충돌에 이어 또다시 형사책임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의원들이 물리적으로 제지당한 이후 본회의장 민주당 의석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의원들이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 “선거법으로 독재의 고속도로 깔려”

단식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과 함께 다시 살려내겠다”고 썼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서 나와 “(바뀐 선거법은)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얻은 정당이 비례 의석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평등 선거 원칙에 위배된다.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결국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원하던 독재의 고속도로가 깔리고 말았다”고 했다. 한국당은 내년 1월 3일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 예정이다.

여야는 선거법 표결 전인 27일 오전에도 막판 여론전을 계속했다. 심 원내대표는 “위헌 선거법을 철회하라. 그러면 우리는 비례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비례한국당’ 계획이 오히려 위법 소지가 있다며 엄포를 놨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제출한 탄핵소추안을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당은 홍 부총리가 민주당의 예산안 처리에 동조한 것은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했지만, 72시간 내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효력을 잃었다.

최고야 best@donga.com·강성휘 기자
#4+1 협의체#선거법 개정안#패스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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