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원회의서 무장력·자립경제 강조…‘새로운 길’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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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30일 0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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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자주권·안전보장' 언급하며 '무장력 임무' 밝혀
북미 협상 교착 속 "국방력 강화·강경노선 예고" 해석
경제 분야에 더 중점…'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시한 의식
전문가 "적극성 공세성, 고강도 대남·대미 맞대응 예고"
"자립 경제 건설 중요해 강경 일변도 나가지 않을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노동당 전원회의 이틀째 회의를 이어가며 ‘자주권과 안전 보장을 위한 공세적 조치’를 언급함에 따라 북미협상 관련 ‘새로운 길’의 방향이 주목된다.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29일 열린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국가사업 전반에 대한 보고를 계속하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조치들을 취할 데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대외사업부문과 군수공업부문, 우리 무장력의 임무에 대하여 밝혀주시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자주권’ ‘안전 보장’과 함께 ‘군수공업’ ‘무장력’을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소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이 자위력 강화에 더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전날 진행된 1일차 전원회의에서도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가일층 강화할 것”을 논의해 북미 대화와 관련한 ‘새로운 길’의 전략을 논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등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되돌아갈 방침을 세웠다고 분석하지만, 북한 매체의 이날 보도상 표현은 매우 절제돼 있어 반론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조치’와 ‘임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전해지지 않아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외사업과 군수분야 관련 언급이 눈에 띄지만 별도로 부각시키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통신은 2일차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경제분야를 먼저 다뤘고, 비중 면에서도 경제가 중심이 됐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종료되는 시한인 내년을 앞두고 경제 성과 창출에 방점을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나라의 경제사업 체계와 질서를 합리적으로 정돈하고 강한 규율을 세울데 대하여서와 인민경제 주요 공업부문들의 심중한 실태를 시급히 바로잡기 위한 과업들을 제기하시면서 나라의 자립경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들을 강구할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고 밝혔다.

또 농업생산과 관련해 과학농사제일주의를 언급하며 ‘다수확 열풍’을 독려하고, 과학연구·교육·보건사업 개선 과업 및 방도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도높이 벌리며 근로단체사업을 강화하고 전사회적으로 도덕기강을 강하게 세울데 대한 문제들에 대하여 다시금 강조하시였다”고도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방이 아닌 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며 “내년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마지막 해라는 점을 강하게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자립경제’를 언급하는 등 경제 건설을 강조한 것도 대외전략과 맞물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북미 협상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계속해서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발전을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일차 전원회의는 자립경제, 자주국방, 반사회주의 투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도 “대외사업과 군수공업, 무장력에 대해 적극성 공세성을 언급한 것은 고강도의 대남·대미 맞대응을 예고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북한의 내년도 주요과제는 경제개발인 만큼 군사적 행동이 강화되더라도 레드라인을 넘는 수준으로는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 교수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함께 자립적 경제 건설 목표 달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내년 군사적 도발 수위도 일정하게 조정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강경 일변도로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통신은 보도 말미에 “전원회의는 계속된다”고 밝혀 30일에도 전원회의가 계속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당 전원회의를 여섯번 개최했지만, 이번처럼 수일에 걸쳐 열린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북미협상의 시한이 끝나가는 데다 대내적으로 경제 성과가 중요한 해라 내년 국가전략 결정에 고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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