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0일 “우리가 직면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확대협력 외교, 일관성 있는 외교, 전략적 경제 외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차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기존의 규범 기반 국제 질서는 약화되고 있는 반면 새로운 지역 구도와 국제 질서를 둘러싼 국가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새롭게 대두되는 국제적 사안들은 안보, 경제, 기술 등 여러 분야 관통하며 융·복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전략조정회의는 국제 정세에서 국익에 기초한 대외전략을 마련하고, 복합적인 외교 현안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7월 출범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국방부, 산업통상부 등 15개 관계부처 및 국립외교원과 학계·경제계 전문가 민간 인사들이 참여했다.
강 장관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면 현안에 대한 단편적인 정책이 아닌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거시적,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도전과 위기 속에 숨어 있는 기회를 포착해 극대화하는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장관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분단된 한반도는 지정학적 취약성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돼 남북 평화 공존, 나아가 통일된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취약점이 아니라 우리의 강점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지정학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해양과 대륙,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며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교량 국가로서 역할 수행에 적합한 국가”라며 세 가지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강 장관은 “주변국 모두와 촘촘한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면서 우리의 전략적 활동 공간을 넓혀나가는 확대 협력 외교를 추구한다”며 “주변국과 협력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한 국가와의 협력 확대가 다른 국가와의 협력 증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 역내 포용과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적극적인 외교를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한·미 동맹을 호혜적, 상호보완적, 미래 지향적으로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하면서 주변국과의 전략 대화와 다층적 소다자 협의를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강 장관은 “사안별 성격에 기초해 국익과 원칙에 따른 결정 관행을 축적하는 일관성 있는 외교를 지향한다”며 “신남방, 신북방 정책과 동북아 평화 협력 플랫폼 등 기존의 지역 이니셔티브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포용적, 협력적 국제 질서를 구축하는데 기여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고 미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경제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며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대외 위협으로 안보 사안이 아닌 무역 기술 마찰을 선택했다. 미·중 무역 갈등은 물론 상호 의존성을 무기화하려는 시도에 대비해 우리의 취약성을 수시로 점검·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래, 국방, 산업,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개혁 2.0, 2030 제조업 르네상스, 인공지능 국가 전략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이날 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은 학계 등 정책공동체와 협업이 국익 외교 및 전략 외교를 실현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외교·안보·통상·무역의 융·복합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며, 향후 민간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외교부는 외교전략조정회의 산하에 관계부처·학계·업계가 참여하는 실무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민관의 합동 대응 역량을 강화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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