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단행된 특별사면 대상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이 포함됐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왼쪽),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도 복권됐다. (뉴스1 DB) 2019.12.3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취임 후 세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한 가운데 사면 명단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정치인과 노동계 대표인사인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2017년 12월29일 단행된 연말 특사와 올해 2월26일 있던 3·1운동 100주년 특사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었다.
청와대는 5174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사면 또한 앞선 두 차례 사면과 마찬가지로 5대 부패범죄자(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횡령·배임죄) 및 반시장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원칙을 지킨 민생사면이자 국민대통합 사면이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원칙에 따라 정치인과 경제인(재벌)에 대한 사면을 최대한 배제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면 대상에 정치인이 대폭 늘어나고 여권 주요 지지층인 노동계 요직인사가 포함되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4·15총선을 의식한 사면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첫 사면 당시 정치인 중에선 여권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만을 복권시켰고 두 번째 사면에선 정치인들을 사실상 완전히 배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광재 전 지사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공성진·신지호 전 의원 등 여야인사를 두루 포함한 총 267명의 선거사범을 복권시켰다.
그중 이 전 지사의 경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사이자 내년 총선에서 강원도 지역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 평창 출신인 이 전 지사는 강원 지역(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재선(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노무현의 좌희정(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우광재’로 불렸었다. 여권에선 총선에서의 그의 역할에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한편에선 이 전 지사가 이번에 사면된 것을 두고 청와대의 사면 기준이 기존보다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2017년 사면 발표 당시 이 전 지사가 왜 명단에서 빠졌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정치자금법 위반이라 배제됐다”고 했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이런 지적과 관련 “이 전 지사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에는 해당되지만 대가성이 없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데다 2011년에 형이 확정된 만큼 오랜 기간 제한 조치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 전 지사와 공 전 의원은 그래서 사면 조치가 실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사면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정 전 의원이 선거사범이기는 하지만 정 전 의원과 같은 17대 대선 선거사범은 이미 2010년 사면이 됐었다는 점,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정치사면이 진행됐으나 제외됐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포함한 것이라는 설명을 한 바 있다.
청와대가 이날(30일) 이 전 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규모를 잘못 파악해 추후 정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일 오전 기자들이 ‘이 전 지사가 10만 달러 가까이(9만5000달러) 수수했는데 부패범죄가 아니란 건가’라고 묻자 “제가 알기로는 현저하게 더 적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만5000달러를 수수했다”고 했다.
이후 관계자는 오후에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전 지사 정치자금 수수액과 관련해 판결문에 따르면 9만5000달러가 맞다”고 바로잡았다.
정치권에선 한상균 전 위원장의 사면에 따라 현 정부와 노동계 간 그간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근 노동계는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내년부터 시행돼야 하는 주52시간제 기업(50~299인)에 관한 계도기간 부여 결정 등을 한 것에 대해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집권 하반기에 접어들며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의 지지는 문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힘이 돼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에서 ‘노동계 눈치 보기’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사면이 진행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의 실현을 위한 노력과 화합의 차원에서 한 전 위원장을 복권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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