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접촉 통로인 ‘뉴욕 채널’이 최근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국일보가 3일 익명의 정부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초 스톡홀롬 실무협상 결렬 후 사실상 끊어졌던 뉴욕채널이 연말부터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副)장관이 지난달 16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북측 협상단을 향해 “내가 한국에 와 있고, 북한은 어떻게 접촉해야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회동을 전격 제안, ‘뉴욕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을 낳은 바 있다.
이날 외교소식통은 “저쪽(북한)에서 반응이 있냐, 없냐는 것이지, (채널이) 닫혔다거나 열렸다는 식으로 볼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북미접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스톡홀름 협상 이후 한동안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다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해 12월 말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예쁜 꽃병일 수도 있다”고 하고 북한이 도발을 자제한 점을 놓고 북미간 물밑접촉 가능성 있지 않느냐하는 관측도 있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5일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스톡홀름 북한 대사관 앞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미국 측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뉴욕채널 재가동은 북한이 대미 위협 고조 전략을 펴면서도, 대화 중단을 선언하지 않고 북미 협상 실마리를 남겨놓은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우리의 (핵)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활용한 뉴욕채널은 1990년대 초반개설된 이후 북미 관계에 따라 가동과 단절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의 2017년 기고문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국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던 1993년 6월 북핵 위기가 터지자 이동의 편의성을 위해 ‘뉴욕채널’을 열게 됐다. 1990년대에는 이곳을 통해 접촉이 활발했다. 잦은 접촉은 1994년 10월 제네바기본합의서 채택의 원동력이 됐다.
미 정부가 2016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으로 제재 목록에 올렸을 때 북한은 채널을 폐쇄하기도 했다. 2017년 5~6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 관련 협의를 위해 채널은 다시 열렸다.
북미가 정식 대사관 대신에 뉴욕채널을 통해 접촉하는 것은 양국이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북한 외교관들은 대표부 건물인 맨해튼 공관 건물과 유엔본부 반경 25마일(40㎞)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를 벗어나려면 미 국무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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