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해 사태를 주시하며 신중하게 검토하되, 필요시 동맹에 대한 군사적 기여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8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파병이나 파견 선언으로 미국이 힘을 받도록 하는 게 있고, 우리 함정의 실제 작전 참여로 군사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로선 연락장교를 조속히 파견해 상황을 관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연락장교 파견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영관급 장교 1명을 올해 1월쯤 파견하기로 했다는 지난달 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 센터장은 “현지 상황을 보면서 검토를 하되, 파병이 필요하다면 파병을 해야 한다. 미국과 기존에 약속이 있었다면 지키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한국 원유의 70%가 호르무즈해협으로 오기 때문에 우리 선박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격화돼 전면전으로 가면 호르무즈해협은 핵심 지역이 될 수 있는데 여기에 파병을 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론 이란과 교전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며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다양한 옵션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하지만 우리 정부가) 파병을 하겠다고 미국에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약속을 했는데도) 안 간다는 것이라면 우리가 한미 간 상호방위조약을 해치는 게 될 수 있다. 역으로 보면 한국이 공격을 받았는데 미국이 안 온다는 것이다. 한미 관계에 아주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전일 MBC라디오 ‘김종대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청해부대의) 파병(약속)은 해적퇴치나 교민안전이란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전제 하에서 였다”며 “그런데 지금 호르무즈는 해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규 국가(이란)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여서 (국방부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미국의 파병 요청이 없었다’는 국방부의 공식입장에 대해선 “(미국은) 분쟁이라기보다는 치안, 일종에 어떤 경찰활동을 요청한 것으로 보여지니까 우리 정부 입장은 그거 그냥 당위적인 거다, 구체적 파병 요청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란에선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대화와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는 온건파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이전에도 주한이란대사관쪽에서 2주에 한 번씩 연락해서 파병하면 안 된다는 압박을 해왔지만 그래도 외교적 언사를 써왔다. 이젠 그것도 없어졌다”며 “만약에 우리가 한미동맹, 북한문제, 방위비협상을 생각해서 파병 쪽으로 결정할 경우 이란에서 올 비난과 압박은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지향 센터장은 케냐의 미군기지에서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알샤바브의 공격으로 미국인 3명이 사망한 것을 언급하면서 “(미-이란 갈등 격화로) 시아파랑 무관한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도 슬금슬금 행동 개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상황이 위험할 때 자기들이 타이밍을 캐치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게 최고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동은 지금 매우 혼란한 것 같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파병했을 때 우리 측 인명피해라도 있으면 국내 문제까지 연결돼 그야말로 아수라장 될 수 있다”며 “굉장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6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를 열어 역내 우리 국민과 기업의 보호, 선박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요청해 온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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