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3일, 중동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아직 정부차원에서 검토 중”이라면서도 “이번에 미국과 나눈 이야기가 관련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3시3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미국 측에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 입장을 어떻게 설명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미국의 생각도 들어볼 것”이라며 이 같이 답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과 방위비 협상 등을 고려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미국 주도 호위연합에 파병할 경우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고,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어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강 장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한미외교장관회담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비롯해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북미대화, 해를 넘긴 방위비 협상 등 어려운 숙제를 안고 오르는 방미길이다.
같은 기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 한미일 3국의 외교장관 회담 가능성도 있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지 꽤 오래 됐다”며 “북한문제, 한미 간 현안, 최근 중동정세 등에 대해 포괄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국 외교장관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만약 성사된다면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3국 간 평가를 공유하고 공조방안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최근 북미대화가 교착되고,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단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여러 방안을 공유하고, 장관급 협의 뿐 아니라 본부장 차원의 협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양국의 ‘공동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지난해 말 정상회담에서 공유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공동체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노고를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원고들의 배상권을 존중하며, 한일관계를 고려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한일 협의를 계속 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접경 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DMZ(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 추진 등 남북협력사업들에 대해 미국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가 같은 시기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 간 6차 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양 장관 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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