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한 견해를 밝히면서 파병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체에 가담하는 대신 독자파병 형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후 세 번째 신년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며 “현지에 진출한 교민과 기업의 안전, 에너지 수송, 한미동맹, 이란과의 외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중요한 원유 수송로 평가받는 곳이다. 그 중 가장 좁은 구간은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에 속한다.
지난해 5월 미국이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자 이란의 불만은 점점 커졌고 급기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호위 연합체’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황.
미국은 한국측에도 직간접적으로 연합체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가능성이 큰 쪽으로 예측된 바 있다.
그러나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하며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동맹국인 미국의 파병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내놓은 호르무즈 파병 관련 발언이 구체적인 방안은 아니었지만 미국과 이란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재 정부의 상황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정부 측이 현재까지 유지 중인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며 아직까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 역시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가운데 일각에선 다음 달부터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해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임무지를 옮겨 파병 임루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 9일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청해부대 활동 (목적) 안에 ‘우리 국민의 안전 보호’도 들어있다”며 청해부대를 활용한 파병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청해부대의 파견 연장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유사시 국회 동의 없이 다른 해역으로의 파견이 가능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파병하더라도 미국 요청에 응하는 모양새보다는 우리의 독자 결정임을 강조하는 식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는 불참하고 독자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정부는 이란에게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서서 활동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고, 한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파병을 강력히 원하는 미국에는 저들의 요구에 호응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어 한미 간 파열음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때 파병 대신 경제적 기여 등의 카드도 정부 안팎에서 고려됐지만 이 경우 미국의 파병 요구를 무시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이 옵션은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인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날 미국 팰로앨토의 한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외교장관회담을 갖는터라 이 자리에서 파병 문제의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다.
또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3일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 오만 국왕의 서거와 관련 오만을 방문한 상황했는데 오만은 청해부대가 위치한 아덴만과 가까워서 이를 계기로 청해부대와 접촉, 파병과 관련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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