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의 남북협력 구상에 불편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15일(현지시간)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안보리의 모든 관련 결의들을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에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완전히 이행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는 동맹국인 한국도 전적으로 지지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미 국무부 관계자는 남북협력 구상과 관련해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북한과 관련된 노력과 관련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위해 긴밀히 조율하기로 약속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입장 표명은 정부가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대화 모멘텀 마련에 나선 것에 대해 견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협력 구상을 밝힌 뒤로 남북관게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남북 간에서도 이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서 남북관계를 최대한 발전시켜 나간다면 그 자체로도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또한 북미 대화에 말하자면 좋은 효과를 미치는 그런 선순환적인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전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희망래일 창립 10주년 정책세미나’ 축사에서 “정부는 여러가지 분야 중 남북 간 관광 협력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며 대북 개별관광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
미국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취재진에게 “북미와 남북 대화가 같이 보완하면서 선순환의 과정을 겪으며 가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하지만 특정 시점에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우리로서는 남북 간에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예외 인정을 받아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가지 의견을 나눴고 미측에서도 우리의 의지나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참석차 전일 방미길에 오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금 있는 제재와 제도, 국제 체제 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부터 해 나가려고 하고, 어떻게 조율될 수 있는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업을 비건 대표와의 협의에서 구체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앞으로 계속 협의하며 빠르게 진행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얼마나 (협력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지는 이번에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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