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17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보수진영이 처한 현실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사분오열됐고 뒤늦게 시작된 통합 논의마저 지지부진한 보수야권을 강하게 비판한 것. 김 위원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당이 싫어 다시는 정치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떠났던 사람이지만 너무나 위중하다는 생각에 4년 만에 돌아왔다”며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를 첫 카드로 꺼내 들었다. 경선에서 당원 50%와 일반 국민 50%를 합산해 후보를 뽑는 한국당의 현 경선 방식으로는 현역 대폭 물갈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김 위원장은 “완전한 국민경선을 한번 생각해야 될 때”라며 “완전한 정치 신인이 진입 장벽 때문에 틀을 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는 현역의 90% 이상이 재당선된다”며 신인 유입에 유리한 방식의 제도를 새로 만들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물갈이’를 넘어 ‘판갈이’에 이를 만큼 강력히 쇄신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공천 때마다 국회가 물은 전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더라”며 “오염된 물을 갈지 않으니 아무리 새 물고기를 집어넣어 봐야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수 통합을 강조하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같은 보수 통합 논의를 위한 공식기구의 역할을 절대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 전에는 타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결과에 전적으로 책임지고 모든 비난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눈을 가리고 칼을 든 정의의 여신인 ‘유스티티아’를 거론하며 “눈을 가린 것은 주변부터 정의의 칼을 휘두르라는 것”이라며 “한국당의 초·재선 의원은 거의 모르고, 3선 이상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황교안 대표에게 허름한 과일가게에서 아이들에게 포도를 나눠 주는 모습이 담긴 그림을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이 2010년경 박지오 화백에게 받아 서울 마포 연구실에 걸어놨던 것으로, 어려운 형편에서도 아이들에게 포도를 나눠 주는 상인처럼 서민을 위한 정치를 강조하는 의미라고 한다. 한국당은 이번 주까지 공관위원 9명(당원 3명, 비당원 6명)을 확정 짓고 20일 공관위를 공식 발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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