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9시 50분부터 오후 12시 20분까지 서울 중구 소재 롯데시네마에서 김종석 기상청장 등 기상청 관계자들과 허진호 감독, 영화 출연 배우들인 김원해·김홍파·임원희씨 등과 함께 천문을 관람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영화 천문은 조선의 제4대 왕인 세종대왕과 당대 최고의 과학자로 불리는 장영실이 조선의 과학기술 증진에 의기투합하며 성장하는 ‘브로맨스’를 그렸다.
노비 출신이던 장영실은 뛰어난 재주가 인정돼 세종의 아버지 태종에게 발탁됐으며 세종 즉위 후 명나라 유학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와 물시계(자격루) 등을 만들어냈다. 하늘을 관찰했다는 점이 현재 우리 기상청이 하는 일과 맞닿아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 내외의 천문 관람은 실력 있는 인재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인정받고 대우받는 사회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알리고 한국적 소재를 영화화해 새해 첫 100만 관객을 돌파한 우수 작품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앞으로 우리 국력 키우기에 있어 과학기술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좀 더 강조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계획됐다 한다. 청와대 문화비서관실은 이런 취지로 문 대통령에게 영화 추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경자년(庚子年) 맞이 신년 첫 정부 부처 업무 보고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전 유성구 소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업무 보고를 받았다.
영화를 보기 전 문 대통령은 기상청 및 영화 관계자들과 환담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 시절은 우리 역사상 과학기술이 융성했던 시기다. (영화) 주인공이자 관노였던 장영실을 발탁해 (세종대왕이) 종3품의 벼슬을 내렸는데 안여사건(임금이 타는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 이후로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장영실의) 기록이 사라져 이야기가 궁금했었다”며 관심을 표했다.
이어 “(천문은) 우리 절기와 잘 맞지 않던 당시 중국력 대신에 우리 절기에 가장 잘 맞는 우리의 역법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뜻깊은 영화”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영화의 흥행에도 관심을 표하며 “국민들께서도 많은 분이 함께 영화를 봐주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에 출연 배우 김홍파씨는 “영화 초반 비가 억수처럼 내리는 와중 찍은 안여사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상학, 천문학의 수준에 대해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김종석 청장은 “측우기가 세계 최초였다는 역사기록이 있다”고 답했다. 조경모 기상청 예보정책과 기상사무관은 “우수한 기상과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허진호 감독을 향해 좋은 영화를 만들어줘 고맙다고 감사를 표하는 한편 허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호우시절’에 대해 호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중국 방문 시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와 회담할 때 대화 소재이기도 했다”며 “한중 양국 간 우호에도 도움 되는 얘길 나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 말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訪中)했을 당시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오면 만물을 적시네’라는 두보의 시 구절을 언급하며 양국 우호 증진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청두에는 중국 최고의 시성으로 꼽히는 두보가 한동안 거주했던 두보초당이 위치해있었고 두보초당은 한국 배우 정우성씨와 중국 배우 고원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 호우시절의 촬영지였다.
한편 문 대통령의 영화 나들이는 취임 후 이번이 다섯 번째다.
문 대통령은 Δ택시운전사(2017년 8월) Δ미씽:사라진 여자(2017년 10월) Δ1987(2018년 1월) Δ기생충(2019년 6월)을 관람한 바 있다. ‘미씽:사라진 여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계기로 관람했고 나머지 영화들은 모두 용산CGV에서 봤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중 종종 눈물도 보이곤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 땐 눈물을 훔쳤고 6월 민주항쟁을 다룬 1987를 보고서도 눈물을 글썽였다.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2년 9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봤을 땐 영화 종료 후 5분 넘게 일어나지 못했고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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